[사설] 울산 일가족 사망 사건, 사회 구조적 문제 잘 살펴봐야

입력 : 2026-03-20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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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찰·자자체 공조에도 역부족
복지 직권주의 강화 등 되짚어봐야

일가족 5명이 사망한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현관문에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쳐져 외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특히 문고리와 잠금장치 주변에는 당시 소방당국 등이 내부 진입을 위해 강제로 개방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오상민 기자 일가족 5명이 사망한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현관문에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쳐져 외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특히 문고리와 잠금장치 주변에는 당시 소방당국 등이 내부 진입을 위해 강제로 개방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오상민 기자

울산의 한 주택가에서 생활고와 육아에 시달리던 30대 가장이 미성년 자녀 4명과 함께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미성년 자녀 중 초등학생인 아동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등 심상찮은 전조가 있었음에도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상한 낌새를 챈 지자체와 경찰이 사건 발생 전 해당 가정에 대한 방문 조사를 수차례 실시했으나 사건 발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위기 가구 발굴과 관리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해당 가정의 가장은 일정한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기초생활 수급자 선정과 특례 적용 과정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울산경찰청과 울주군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5시께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에서 30대 가장과 7세·5세·3세·1세 네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검안 결과 일가족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외상이 없고 가장의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경찰은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가장은 사실상 생계를 책임지던 부인이 지난해 12월부터 개인적 사유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생활고와 ‘고립’ 육아의 고통을 주위에 토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촘촘하지 못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인해 이번 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더 꼼꼼히 따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부산일보〉의 취재를 복기하면 해당 가정에는 두 차례나 결정적인 위기 신호가 있었다. 첫 번째 신호는 취학 연령이 된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나타나지 않아 경찰에 신고가 들어옴으로써 포착됐다. 즉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가장과 네 자녀들을 직접 면담했으나 가정 폭력 등의 징후가 없고 양육 환경이 양호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두 번째 신호는 나흘째 무단 결석한 첫째로 인해 포착됐다. 담임교사가 신고하면서 경찰과 지자체 담당자까지 출동했으나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해 돌아서고 말았다. 대신 지자체 복지 지원 연계를 했으나 해당 가장이 기초생활 수급자 신청 등을 안 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이번 사건을 놓고 학교나 경찰, 지자체 등의 조치를 비판하기는 쉽지가 않다. 위기 신호를 포착하고 관련 조치를 취하려 노력한 징후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가족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이상 이면을 살피려는 노력은 더 한층 강화돼야 옳다. 당사자가 신청해야만 가능한 기초생활 보호 수급자 선정 과정을 직권주의로 바꿔 위기 신호 가정에 대한 보호 강화 방안을 서두르는 등의 노력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누구를 비판하거나 책임을 묻는 일차원적 대처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돌아보는 계기로 승화돼야 한다. 그게 사회적으로 일가족의 명복을 비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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