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을 향한 부산시민의 30년 염원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19일 오후 벡스코 컨벤션홀 앞 광장에 펼쳐졌다. 오금아 기자
“시민의 생존권이 달린 맑은 물 확보는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고 정의라고 생각한다.”
낙동강 물문제 해법을 요구하는 뜨거운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벡스코 컨벤션홀 앞에는 ‘간절한 염원 30년, 이제는 맑은 물 모두 함께’라는 문구가 쓰인 대형 현수막도 펼쳐졌다.
‘2026 부산 세계 물의 날 기념행사’가 19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 1층에서 열렸다. 부산시가 주최하고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부산시와 국가물관리위원회, 기후부 관계자와 전문가를 비롯해 시민 200여 명이 참여했다. 부산 세계 물의 날 기념 행사에 이어 참가자들은 맑은 물에 대한 시민의 염원을 담은 퍼포먼스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의 핵심은 뒤이어 열린 낙동강 수질개선과 취수원 다변화 관련 주제 발표와 토론회였다. 낙동강 유역은 1300만 영남권 주민의 주요 식수원이지만, 녹조와 산업폐수 문제로 수질에 대한 우려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부산·경남의 숙원사업인 낙동강 물 문제를 다룬 만큼 토론회 분위기는 뜨거웠다.
지난달 정부는 2030년까지 낙동강 본류 주요 취수지점의 수질을 1등급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낙동강 수질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기후부,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지방정부 등 관계기관이 역할을 분담해서 총인 감축으로 녹조 원인물질부터 줄이고, 낙동강 본류 유입 산업폐수의 초고도처리로 수질 안전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19일 벡스코에서 열린 맑은 물 확보를 위한 토론회 모습. 부산시 제공
이날 토론회에서는 낙동강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특히 경남과 취수원 다변화 현안을 조율 중인 부산시의 입장에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
김경덕 행정부시장은 기념사를 통해 “먹는 물 문제는 지방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지금은 국가 차원의 협력이 절실한 때이며, 지방과 중앙정부가 함께 실질적인 성과를 속도감 있게 도출해 나가기를 염원한다”라고 밝혔다.
최소남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대표는 “낙동강 물문제를 영남권 하류 지역 갈등으로 보지 말고, 취수원 다변화를 국가 핵심사업으로 격상해달라”라고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 최 대표는 “낙동강 물 문제가 최우선의 민생 과제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시민들이 힘을 모아달라”라고 당부했다.
낙동강 물 문제의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은 별도 조직을 만들고, 관련 정책 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준경 생명그물 대표는 “취수원 다변화는 기후위기 시대 글로벌 도시에서는 모두 채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열린 차원에서 낙동강 수질기획단을 만들어서 하반기 내에 종합적인 대책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맑은 물 문제는 장단점을 따져서는 결론이 안 난다며 “정부가 역사적 결단을 내린다는 생각으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를 통한 안전한 먹는물 공급’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맹승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부산이 언제까지 물로 차별받는 도시로 남아야 하는지 아쉬움이 있다”라며 “이제는 타 지역 의존을 넘어, 실행 가능한 기술적 해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맹 교수는 “부산·경남의 물 안보를 즉각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논쟁보다는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적 대안을 끌어낼 수 있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장재옥 대구시 맑은물하이웨이추진단장은 현재 대구에서 추진 중인 물 해법 찾기 노력을 소개했다. 장 단장은 “대한민국에서, 특히 낙동강에서 취수원을 옮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더라”라며 “대구는 최근에는 부산시 해법인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대구 안에서 개발하려고 하는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장 단장은 빠르면 4월 정도부터 강변여과수·복류수 활용 테스트를 해서 거기서 직접 실험을 할 예정인데, 그 실험 결과는 부산과 공유하겠다고 밝히고 “여기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 대구의 개발 방식이 채택이 된다면 부산에도 좋은 효과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6 부산 세계 물의 날 기념행사 전경. 오금아 기자
한편, 김좌관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축사 대신 15년 전에 제안된 ‘우정수’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우정수는 2011년 김두관 당시 경남도지사가 제안한 것으로 남강하류와 낙동강변에 인공습지를 만들어 부산, 울산, 경남에 하루 100만 톤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도지사가 바뀌며 무산됐지만 2019년까지 물문제 관련 토론회 등에서 언급이 되어왔다.
국가 물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김 위원장은 19일 자 <부산일보>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지역 간 물 분쟁 해결을 핵심 과제로 꼽고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시 강경돈 맑은물정책과장은 이날 토론회를 통해 부산·경남 지역에 맑은 물 공급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이 정부에 전달되기를 기대했다. 강 과장은 “현재 부산시는 취수원 다변화를 위해서 경남지역 담당 공무원, 지역민과 계속 소통하며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