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동료인 50대 항공사 기장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직 부기장 김모씨가 2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부산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같은 항공사 동료였던 현직 기장 1명을 살해하고 또 다른 기장 3명의 목숨을 노린 혐의로 검거된 전직 부기장(부산일보 3월 19일 자 1·2면 등 보도) 50대 A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A 씨는 이동 과정에서 범행을 정당화하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나갔다.
A 씨는 20일 오후 1시 17분 부산 부산진경찰서 지하주차장에 준비된 호송 차량에 탑승 직전 “조직적인 기득권의 양아치 짓에 복수한 것”이라며 “항공사마다 공군사관학교 기득권이 엄청난 부패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검찰청에 도착한 A 씨는 ‘할 일을 했다는 게 무슨 뜻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사람 인생을 함부로 파괴하는 기득권에 맞서 제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회색 티셔츠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A 씨는 이날 호송 과정 내내 고개를 들고 다녔고, 마스크도 착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 부산지법에서 진행됐다. 법원은 이날 심문에서 B 씨 살해 혐의에 한해 구속 필요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그의 신상 공개 여부도 논의할 방침이다.
A 씨의 일산 지역 또 다른 기장 D 씨 살해 시도 혐의(살인미수)는 부산진경찰서가 고양 일산서부경찰서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뒤 본격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A 씨는 지난 17일 오전 5시 30분께 부산 부산진구 아파트에서 같은 항공사 소속 동료였던 50대 기장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그는 같은 항공사 소속 기장 C 씨도 살해하기 위해 경남 창원으로 이동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이후 울산으로 도주했다가 범행 14시간여 만인 오후 8시께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지난 16일 A 씨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한 주거지에서도 또 다른 기장 D 씨를 습격해 도구로 목을 졸라 살해하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A 씨의 범행은 D 씨의 강한 저항으로 실패했다.
A 씨는 공군사관학교 선배이자 한때 직장 동료였던 B 씨 등 기장 4명에게 적개심을 품고 약 3년간 범행 대상 4명을 추적하며 동선을 분석했다. 최근 수개월간 동안에는 택배 배달원을 사칭해 주거지를 수차례 방문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 A 씨 진술을 확보하고 신빙성 등을 검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