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업계가 K푸드 열풍의 중심에 선 라면 수출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 제품들. 연합뉴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 3사가 해외 법인 설립, 조직 강화 등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해 라면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찍는 등 해외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현재 30%대에 머물고 있는 해외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61%로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 요충지는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이다. 농심은 올해 안에 러시아 법인을 신설, 현지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변 국가들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미개척지에 가까운 CIS 지역을 공략해 ‘신라면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앞서 신동원 농심 회장은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네덜란드 유럽 법인 설립에 이어 올해는 러시아 법인을 세워 독립국가연합 지역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의 인기를 앞세워 미주 대륙 남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브라질과 멕시코 지역을 차세대 전략 거점으로 점찍고 집중 공략에 나섰다. 미국 법인인 삼양아메리카가 최근 내부 조직 내에 별도의 LATAM(중남미)팀을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
현재 삼양아메리카는 중남미 팀의 영업 기획 선임 관리자, 마케팅 전문가, 영업 운영 및 분석 매니저 등 전문 인력을 대거 채용 중이다. 이는 향후 중남미 지역에 별도의 독립 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수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은 2조 3518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매출 중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인데, 이 가운데 불닭볶음면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오뚜기 역시 해외시장 공략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2위인 오뚜기에게 글로벌 시장은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내수 시장의 탄탄한 입지와 달리 해외 매출 비중은 여전히 13%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해외 비중은 오뚜기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에 오뚜기는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해외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낼 예정이다.
오뚜기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라미라다 지역에 현지 생산 공장을 건설 중으로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 공장을 통해 물류비를 절감하고 미국 시장의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라면 3사가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건 해외 라면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15억21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3년(9억5200만달러)까지만 해도 10억 달러를 밑돌았던 수출 규모가 불과 2년 만에 60% 가까이 증가한 것인데, 업계는 아시아권에서 서구권으로 라면소비가 확대된 것에 따른 결과로 본다. 업계는 K팝, K드라마 등 글로벌 인기가 여전한 만큼 라면도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K푸드 열풍의 중심에는 단연 라면이 있고,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각사가 차별화된 글로벌 전략을 내세우며 해외 매출 비중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