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 속에는 늘 부산이 있습니다. 축구 선수에 이은 제2의 인생인 지도자 생활을 꼭 부산에서 시작하고 싶습니다.”
‘독도남’ 박종우(37)의 인생 2막은 지도자의 길이다. 그는 지난달 2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2 2026 개막전 부산아이파크와 성남FC의 경기 직후 은퇴식을 갖고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봄비가 내렸던 그날 박종우는 수백 명의 팬들과 부산 선수단의 열렬한 환영 속에 16년간의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2010년 부산에서 프로로 데뷔한 박종우는 광저우 푸리(중국)와 알 자지라 클럽, 에미리트 클럽, 수원 삼성, 농부아 핏차야(태국)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K리그 통산 199경기에 나서 10골 25도움을 기록했다. 뛰어난 킥력과 왕성한 활동력, 상대를 압박하는 강한 움직임으로 현대 축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대표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인정받았다.
박종우는 국가대표로도 인상적인 시간을 보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징계를 받았지만, 그는 국민적인 상징이 됐다.
박종우는 프로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19년 부산이 1부로 승격했을 때를 꼽았다. 당시 부산은 수년간 2부리그에서 허덕이고 있었는데, 박종우의 가세로 1부로 승격했다. 하지만 부산은 다음 해인 2020시즌을 마치고 곧바로 2부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는다. 그는 “2020년 2부리그로 떨어졌을 때가 가장 잊고 싶은 시간이었다”면서 “그때 사명감을 더 갖고 지켜냈다면 지금 이 자리가 아니었을텐데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산에 대한 그의 믿음은 단단했다. 박종우는 “좋은 선수들이 많아 올해 부산이 승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조성환 감독 지도 아래 승격하도록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고 기원했다. 그의 바람이 이뤄지는 걸까. 부산은 현재 개막 5경기에서 파죽의 4연승(1무) 행진을 이어가며 1부 승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박종우는 제2의 인생을 ‘지도자’로 삼았다. 은퇴 직후 K리그 해설위원으로 잠시 활동했으나 곧바로 원하던 지도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박종우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지도자의 길에 많은 관심을 뒀다. 그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주위에서 지도자를 하면 잘 하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웃어 넘겼는데, 차츰 지도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특히 2022년 부산 박진섭 감독님과 함께할 때 감독의 역할과 고뇌에 대해 많은 매력을 느꼈고, 지도자의 길에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는 소통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박종우는 “친구같고, 형같고, 아빠같은 감독으로 서로 소통하면서 선수의 장점을 끄집어내 극대화할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박종우의 꿈은 부산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프로의 첫 팀이자 은퇴한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열심히 준비해서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부산 팬들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