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통행이 제한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연합뉴스
미국이 이란 항구를 오가는 해상교통 전반에 대한 봉쇄에 나섰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결렬된 직후 나온 첫 조치로, 미국은 13일 오후 11시부터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을 대상으로 해상봉쇄에 돌입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강화해 온 이란에 맞선 ‘역봉쇄’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유가 급등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협상력을 높이고 동시에 해협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다분히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란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해협의 긴장 수위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또한 그 여파는 에너지와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이번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물동량의 20% 이상이 지나는 이 해협에서 양측이 동시에 통제권을 행사하는 상황은 그 자체로 위험 신호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7.23% 상승(오후 4시 20분 기준)했다. WTI는 장중 한때 9%대까지 치솟았다. 코스피는 내렸고, 환율은 뛰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는 등 세계적으로 원자재 비상 경고등이 켜졌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단순한 시장 변동을 넘어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일각에선 전쟁 장기화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곧바로 글로벌 물가와 성장 전망을 흔드는 구조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해상봉쇄 파장은 에너지 가격을 넘어 국내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헬륨과 브롬 등 핵심 소재의 중동 의존도가 매우 높다. 헬륨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냉각재로 수입의 64.7%가 카타르에 집중돼 있다. 브롬 역시 대부분을 이스라엘에 의존한다. 특히 헬륨은 LNG 생산의 부산물이라 해협 봉쇄로 공급이 줄면 생산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실제 카타르 생산시설 일부가 영향을 받으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체 항로로 거론되는 홍해 역시 후티 반군의 위협 속에 안정성이 떨어진다. 에너지, 원자재, 물류가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위기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 봉쇄가 아닌 ‘이중 봉쇄’에 있다. 그만큼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미국의 역봉쇄가 ‘2주 휴전’ 합의처럼 막판 타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안은 이미 현실이 됐다. 원유와 LNG는 물론 나프타·요소·헬륨·브롬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의 공급 차질이 가시화될 경우 산업 전반의 충격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급망의 내구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 소위 ‘맷집’도 키워야 한다. 정부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지만, 품목별 의존도를 점검하고 대체 공급망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장기전에도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