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이다. ‘구도 부산’에 새 야구장을 짓자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등장한 기간이다. 그동안 부산시장은 4명이나 바뀌었지만, 부산 야구장 신축 공사는 착공은 커녕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부산 정치권의 야구장 신축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그동안 한국에는 6개 구장이 새로 지어졌다. 새 구장이 들어선 지역에서도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그 지자체와 부산이 달랐던 건 공약이 아니라 실행 여부였다.
부산에서 야구장을 새로 짓자는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은 2006년이다. 당시 한나라당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고 권철현 국회의원이 북항 재개발 지역에 해변 야구장을 짓자는 공약을 세운 것이다. 당시 북항 야구장 추진은 권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며 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1985년 개장한 사직야구장을 재건축하자는 제안이 2010년에 본격화됐다. 당시 3선 부산시장이 된 허남식 시장이 사직야구장을 돔구장으로 짓겠다고 언급했다. 허 시장은 여러차례 돔구장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행정 추진은 없었다. 비슷한 시기 풍산그룹이 해운대구 반여동 해운대사업장에 돔구장을 짓겠다며 기본 설계까지 진행했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지지부진하던 야구장 신축 사업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은 2015년 서병수 시장 때다. 서 시장은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 신동빈 롯데 회장과 만나 북항 야구장을 짓기로 했다. 부산시와 롯데그룹 간 실무진 협의도 진행됐다. 이듬해인 2018년 부산시는 사직야구장 부지에 개폐형 돔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계획 발표 3개월 뒤 서 시장이 부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하며 야구장 신축은 동력을 잃었다.
새롭게 부산시장이 된 오거돈 시장은 서 시장의 사직구장 돔구장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대신 북항에 개방형 야구장을 짓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시장 취임 이듬해에 야구장 신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야구장 사업이 재검토에 들어간 사이, 최종 결정권자인 오 시장은 개인의 성추행 사태로 부산시청을 떠났다.
2021년 부산시장이 된 박형준 부산시장은 다시 사직야구장을 돔구장이 아닌 개방형 야구장으로 짓기로 방향을 정했다. 박 시장은 두 번째 도전 만에 정부 공모사업을 통해 국비를 확보했고, 사직야구장을 대체할 구장까지 지정했다. 야구장 신축 논의가 진행된 이후 가장 진전된 모습이었다. 이런 사이 부산은 오는 6월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두 후보는 모두 북항 야구장 신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형준 현 시장은 북항 야구장 신축에 부정적이지만 최근 입장을 바꿨다. 북항에 야구장을 짓고 프로야구단까지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세웠다. 전재수 의원은 자신이 대표 발의한 항만공사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북항 돔구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20년째 이어진 부산 야구장 신축 논의의 흐름을 정리해본다. 역대 부산시장들은 ‘노후 문제 제기→지방 선거 공약 발표→당선 후 용역→재원 마련·롯데 구단 협의 난항→시장 교체 후 무산’의 패턴을 반복했다. 20년간 지방선거는 부산 야구장 신축 계획을 일으킨 기폭제이기도, 계획을 뒤엎는 시발점이기도 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북항 야구장, 돔구장, 사직야구장 재건축 등은 당시 부산시장으로 나선 여야 후보들의 선거 공약 중 대표 공약이었다.
하지만 2026년 오늘의 모습은 냉혹하다. 이미 사용 중인 6개 야구장은 차치한다. 서울 잠실야구장은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돼 2032년 돔구장으로 바뀐다. 인천은 2028년 시즌부터 지금 한창 공사 중인 새 돔구장에서 경기를 시작한다. 부산은 신축 야구장이 없는 유일한 프로야구 도시가 된다.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말해준다. 부산의 야구장 신축 문제는 어느 한 시장의 의지나 공약 하나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야구장 신축은 재원 조달, 구단과의 협의, 사업 구조 설계까지 풀어야 할 복잡한 프로젝트다. 물론 새 야구장을 바라는 부산 시민의 열망은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야구장 공약 하나로 다가오는 차기 부산시장 선거에서 후보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부산은 지금 해양수도로의 도약이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 있다. 북항 재개발, 인구 감소, 부울경 메가시티, 가덕신공항 건설. 차기 부산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이미 차고 넘친다. 야구장은 그 큰 그림 안에서 함께 풀어야 할 하나의 퍼즐일 뿐이다. 지난 20년, 야구장 공약이 선거를 달굴수록 실현은 오히려 더 멀어졌다. 유권자들이 더 집중하고 살펴야 할 것은 공약의 화려함이 아니라, 후보의 실천 역량이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