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간)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유조선을 비롯한 선박들이 고립된 가운데, 선원들에게 전달될 물품이 소형 보트에 실려 운반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미국이 이란을 출입하는 모든 해상교통에 대한 봉쇄 조치를 발표한 뒤에도 이란과의 휴전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은 미국이 해협 봉쇄를 실제로 시도하면 군사적 보복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양국 휴전 합의가 중대 기로에 놓였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돌아와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봉쇄는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부터 발효된다”며 “다른 나라들도 이란이 석유를 팔지 못하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 국가나 구체적인 협력 방식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첫 종전 협상이 결렬되자 이날 호르무즈해협 역봉쇄 카드를 꺼냈다. 이란 항구를 출발지나 목적지로 하는 선박들의 통행을 차단함으로써 이란의 ‘자금줄’을 죄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이 유지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유지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다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란은 지금 매우 좋지 않은 상태며 절박한 상황”이라며 “그들이 (협상장에) 돌아오든, 돌아오지 않든 상관없다. 돌아오지 않더라도 나는 괜찮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이 여전히 핵무기를 원한다는 점이 그날(협상 당일) 밤 분명히 드러났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 선거 때까지도 유가가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을까지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하락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고, 동일할 수도 있으며, 아마도 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6주 전 이란 공습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이례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호르무즈 역봉쇄 방침에 나선 건 단기적인 유가 상승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이란의 원유 수출과 통행료 수입 등 주요 자금원을 차단해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 위협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했던 만큼 이런 흐름을 막고 미국이 해협 주도권을 갖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의 호르무즈 봉쇄 조치가 현실화하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더 극심해지고 각국 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의원은 CNN에 “해협을 봉쇄하는 것이 어떻게 이란이 해협을 개방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해상 봉쇄를 시도하면 “강력한 군사적 보복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혁명수비대 매체인 세파뉴스에 따르면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부는 “호르무즈해협의 모든 선박 통행은 이란 군 당국의 완전한 통제하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적들이 단 한 번이라도 오판한다면 해협은 그들을 집어삼킬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양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무력 충돌을 할지, 다시 대화에 나설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