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 없는 운동회…"경쟁 없는 축제로" vs "공정한 승부도 필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26-04-26 20:07: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부산 초등 10곳 중 1곳꼴 예정
응원 점수로 동점 만드는 방식
소외 없이 모두 즐긴다는 취지
"노력 확인할 기회인데" 반론도

올해 부산 내 초등학교 303개교 중 약 10%인 30개교가 승패 없는 운동회를 운영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올해 부산 내 초등학교 303개교 중 약 10%인 30개교가 승패 없는 운동회를 운영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부산의 초등학교 운동회 풍경이 사뭇 달라지고 있다. 과거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승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던 모습 대신 10개교 중 1개교꼴로 ‘무승부 운동회’를 연다.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생 간의 위화감을 없앤다는 취지이지만 일각에서는 ‘공정한 경쟁’과 ‘실패를 통한 성장’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6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승패없는 운동회를 실시하거나 결과를 동점으로 만드는 초등학교 현황’를 조사한 결과, 부산 내 초등학교 303개교 중 약 10%인 30개교가 올해 승패없는 운동회를 운영한다고 답했다.

운동회에서 승패를 가리지 않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계주나 박 터트리기 등 전통적인 종목을 진행하되 마지막에 ‘응원 점수’를 몰아주어 인위적으로 동점을 만드는 방식과 아예 운동회를 제기차기, 비즈 공예, VR 체험 등 부스 중심의 ‘축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무승부 운동회를 찬성하는 입장의 핵심 이유는 운동 능력이 부족한 학생의 소외감을 막고 운동 자체를 즐기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초등학생들은 발육 속도에 따라 운동 능력 차이가 아주 크다. 그래서 운동회를 하면 운동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소외되거나 무시 당한다”며 “무승부 운동회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박탈감을 방지하고, 운동 자체를 즐거운 놀이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위축될 것을 우려해 승부없는 운동회를 선호한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교육 현장에서 갈등과 경쟁을 회피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동래구의 초등학교 교사는 “계주 선수로 뽑힌 아이는 한 시간 일찍 등교해 연습하고, 혼자서 유튜브로 바통 터치 기술을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다”며 “이러한 치열한 노력이 승리나 패배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좀 더 성장한다”고 말했다. 즉, 승패없는 운동회가 아이들에게서 노력의 결과를 확인받을 기회를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운대구의 초등학교 교사는 “공정한 규칙 속에서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며 승자를 축하해 주는 법을 배우는 것 또한 운동회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남구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운동회를 하면 ‘에이스’들만 돋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운동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잘하지 못하는 편이라 늘 단체 게임을 하면 나 때문에 진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며 “행여나 나 때문에 경기에서 질까봐 걱정인데 이러한 부분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구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 역시 “점수 때문에 친구들이랑 싸울 일이 없어서 운동회가 끝나고 나면 다 같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반대로 해운대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우리 팀이 이기라고 열심히 응원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당연히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응원 점수로 갑자기 동점이 되니 오히려 기분이 더 나빴다”며 “고학년 중에는 어차피 무승부라는 생각에 운동회에서 크게 응원하는 것이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