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 산업은 지금까지 삼진이 주도해서 베이커리 개념까지 왔지만 이제는 그걸 넘어서야 할 때다. 생선살인 ‘피시 프로틴(fish protein)’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글로벌로 갈 수 있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일반 청약 최고 경쟁률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국내 대표 어묵 기업 삼진식품 지청일 부사장의 일성은 뜻밖에도 어묵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 부사장은 재작년까지 베트남, 폴란드, 태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의 관련 업계에서만 17년을 일하다 최근 삼진식품에 합류했다. 부경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35년간 시푸드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문가다. 삼진식품 박용준 대표는 얼마 전 상장을 해서 달라진 점을 묻는 말에 “모시고 싶었던 인재를 모실 수 있어서 좋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어묵을 넘어서 글로벌로 가야 한다”라는 생각이 서로 통했다는 것이다.
해외파답게 어묵에 관한 생각도 남달랐다. 지 부사장은 “일본에서 시작한 오뎅이 한국에서 어묵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동남아나 유럽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아직 한국은 어묵을 너무 좁게 보는 것 같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특히 유럽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게맛살을 두고 하는 이야기였다. 게맛살은 과거에는 아시아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으나, 최근 유럽에서 ‘가성비 좋은 고단백 건강식’으로 인식되며 안 먹는 나라가 없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 부사장은 ‘피시 프로틴’이란 다소 낯선 용어를 강조했다. 생선살을 갈아 만든 연육은, 국제적으로는 일본 어원의 ‘수리미(surimi)’로 불린다. 이보다는 영양학적으로 볼 때 용어인 ‘피시 프로틴’으로 부르면 좋겠다는 것이다. 생선은 고단백 식품으로, 닭가슴살과 비슷한 수준의 필수 아미노산을 제공해 근육 합성 및 면역력 강화에 탁월하다. 그는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피시시 프로틴’으로 방향을 잡고, 그러기 위해서 원료에 관한 공부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어묵은 지역마다 맛이 다른 이유도 원료로 설명이 되었다. 그는 “원료나 물이 달라서 맛이 다르다. 제일 중요한 게 어종이다. 북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지역별로 나오는 어종이 다르고 그 특성에 맞는 기술과 형태의 결정체가 어묵이다. 일본은 부러울 정도로 원료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하지만 한국은 아직 그 연구가 부족하다”라고 아쉬워했다.
사실 그동안에는 러시아 배들이 명태를 잡으면 부산 감천항으로 가지고 오니 우리로서는 어묵 원료 구하기가 수월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대구 어획량이 줄며 대신 명태 수요가 늘고 있다. 러시아도 앞으로는 더 부가가치가 높은 게맛살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어묵 산업이 발전하려면 원료 공급이 가장 중요하기에 다양한 어종에 관한 연구가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부산어묵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해외 매장이나 해외 유통만 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어묵 원료와 어종의 활용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파악한 뒤 글로벌 얼라이언스(세계적 규모의 연합)를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삼진은 한 인도네시아 업체가 ‘공동 브랜딩(co-branding)’으로 할랄푸드를 만들자는 제의가 들어와 추진 중이라고 했다.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20억 명을 넘어서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류는 조만간 100억 명을 돌파할 텐데 미래의 식량 자원을 찾을 곳은 결국 바다밖에 없다. 바다에는 아직 미개척 부분이 많고, 블루푸드(수산물)가 대안이다”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