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경북 안동 한 호텔에서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의 셔틀외교가 친교의 복원을 뛰어넘어 급변하는 안보·경제 질서에 공동 대응하는 전략적 협력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서로의 고향을 방문하며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동북아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대응책을 모색했다. 그 배경에는 중동 사태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북·중·러 결속,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강화가 있다. 이 사활적 과제 앞에 한국과 일본은 동병상련의 입장에 처한 이웃이다. 이날 두 정상이 다짐한 안보와 경제 협력의 약속은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되고 실천과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그간 한일 양국은 자유로운 통상 질서와 북한의 비핵화를 핵심으로 한 동북아 안보를 위해 협력했다. 이번 안동 회담을 통해 양국의 의제가 에너지 안보로 확장됐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언론 발표에서 “액화천연가스(LNG)·원유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비축 정보의 공유와 소통도 강조했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는 원유의 공동 비축과 스와프 거래까지 제시했다. 양국이 중동산 원유와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동 전쟁 장기화에 공동 대응을 선언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한일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최소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하지만 한일 양국 앞에 난제가 쌓이고 있고 해결 과정은 순탄치 않다. 북한은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고, 러시아 지원 파병 이후 친러 행보를 가속하고 있다. 미중 스몰딜 이후 대만을 상대로 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도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은 동아시아 안보 책임을 약화하는 언행으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을 마치 협상 카드처럼 취급하는 발언으로 한국과 일본 등 인접 지역 동맹국의 우려를 자초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번영을 이룬 한국과 일본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셔틀외교가 연 협력의 기회를 실질적 성과로 이어 가려는 노력이 양국 모두에 요구된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는 적지 않은 부침이 있었지만, 세계 질서 격변기를 맞아 안보와 경제 현안을 공동 대응 체제로 묶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역사 갈등을 이유로 일본이 소재 수출을 규제하며 보복한 것이 불과 7년 전 일이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책임 회피로 형성된 국민적 반감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자세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한다. 또 에너지 협력 등이 국내 산업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웃과의 협력은 필요하지만, 원칙 없는 교류는 오래가지 못한다. 안동 회담은 상호 필요성 확인에 그치지 않고 신뢰를 행동으로 증명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