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사러 새벽 '오픈런' 시장 떡집은 '떡상' 중

입력 : 2026-05-19 2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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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떡지 순례' 새 유행
입소문 탄 전통시장 핫플로
영도·구포 등지 방문객 북적
"이런 호황, 30년 만에 처음"
골목상권 활성화 견인 ‘귀추’

왼쪽부터 부산 시장 떡집을 소개하는 SNS 게시물, 지난 15일 부산 영도구 영도다리떡집에 적힌 마감 안내문, 지난달 오전 6시 30분께 영도다리떡집에 늘어선 대기줄. SNS캡처·영도다리떡집 제공 왼쪽부터 부산 시장 떡집을 소개하는 SNS 게시물, 지난 15일 부산 영도구 영도다리떡집에 적힌 마감 안내문, 지난달 오전 6시 30분께 영도다리떡집에 늘어선 대기줄. SNS캡처·영도다리떡집 제공

전통시장이 젊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디저트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빵과 디저트에 익숙한 젊은 층 사이에서 이색 떡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떡지순례’가 유행하면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입소문이 난 떡집엔 새벽부터 손님이 몰리고, 이른 시간 떡이 동난다.

19일 부산 영도구 남항시장에서 ‘영도다리떡방’을 운영 중인 신동수 씨는 최근 유례없는 호황을 맞아 정신없이 바쁘다고 밝혔다. 떡방이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7시인데, 문을 열기도 전부터 손님들이 하나둘 줄을 선다. 평일에도 오전 6시 30분부터 기다리는 손님이 생기고, 주말이면 줄은 20m가량 이어진다.

손님들이 기다리는 건 떡집의 대표 메뉴인 ‘피자설기’와 ‘포테이토피자설기’다. 백설기 위에 치즈와 페퍼로니, 감자 등을 올린 이색 떡이다. 최근 SNS에서 부산에 가면 꼭 먹어야 할 떡으로 입소문을 탔다. 인기 비결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합이다. 백설기라는 전통 떡에 피자 토핑을 얹어 젊은 층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가격도 개당 1500원 수준으로 부담이 적다. 쌀로 만들어 식사 대용으로도 든든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폭발하는 수요를 맞추고자 신 씨 가족은 새벽 1~2시부터 떡을 만든다. 밤새 만든 떡은 오전 7시 판매가 시작되면 빠르게 팔려 나간다. 평일에는 낮 12시~오후 1시 사이, 주말에는 오전 10~11시께 준비한 물량이 모두 소진된다. 매장 판매가 끝나면 곧바로 택배 물량을 만들기 시작한다.

택배 주문도 폭주 중이다. 한동안 주문을 닫아야 할 정도였다. 지난주 월요일 다시 택배 주문을 받자 순식간에 주문 1000건이 들어왔다. 신 씨가 하루에 보낼 수 있는 택배 물량은 100개 안팎이기에 당분간 다시 주문을 닫고 떡 생산에 집중할 예정이다. 다음 달 5일부터 18일까지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첫 팝업 스토어도 연다. 전통시장 안 작은 떡집이 SNS 입소문을 타고 백화점 팝업까지 진출하게 된 셈이다.

영도다리떡방은 1999년 영도에 자리 잡은 동네 떡집이다. 신 씨 부부가 오랫동안 소규모로 운영해 왔다. 변화가 시작된 건 5년 전 아들이 본격적으로 가게 일에 뛰어들면서다. 기존 떡집 방식에 젊은 감각을 더해 인테리어를 바꾸고, 유행 음식과 떡을 결합한 메뉴를 개발했다. 피자설기도 그 과정에서 탄생했다.

신 씨는 “지금도 평일에는 10명가량, 주말에는 20~30명이 문 열기 전부터 기다린다. 가게를 30년 가까이 해왔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오랫동안 힘들게 해온 일인데, 자식 덕분에 보상받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에 ‘줄 서는 떡집’은 영도다리떡방만이 아니다. 구포시장 ‘제일떡방앗간’의 꿀떡도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대표 메뉴다. 최근 SNS에서 광주 창억떡처럼 쫀득한 식감과 다양한 맛을 앞세운 떡이 화제가 되면서 부산 전통시장 떡집 리스트가 공유되기도 한다. 특정 카페나 베이커리를 찾아다니던 ‘빵지순례’ 문화가 떡으로 확장된 것이다.

떡집 유행은 전통시장에 새로운 고객 유입 경로를 만들기도 한다. 시장을 찾는 이유가 장보기에서 디저트 구매로 넓어지고, 젊은 소비자가 시장 안 골목까지 들어오게 됐다. 남항시장처럼 생활형 시장에 관광객과 젊은 방문객이 유입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디저트 소비 유행이 전통시장으로 확장된 현상으로 본다. 인하대 이은희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디저트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 더 맛있고 새로운 것을 찾는 과정에서 떡이 주목받고 있다”며 “떡은 종류가 다양하고 색감이 예뻐 SNS에 올리기에도 좋아 인기인데, 전통시장 활성화 계기가 되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