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명 중 32명(20.25%). 부산 구·군의원을 뽑는 6·3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5명 중 1명 이상이 투표를 거치지 않고 당선증을 받았다. 2명을 뽑는 16곳의 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후보만 등록해 나란히 무혈 입성한 경우다. 후보자 수가 의원 정수를 넘지 않으면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선거일에 그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정책 경쟁과 상호 검증이 생략돼 유권자의 선택권이 박탈된다는 측면에서 대의제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이다.
지방선거의 경쟁 실종은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기초의원 지역구 당선자 중 무투표 비율은 서울(24.02%)이 가장 높고, 부산과 인천(16.81%), 경기(15.66%)가 뒤따른다. 양대 정당의 대결 구도가 소수 정당 후보에게 진입 장벽이 된 탓이다. 소속 정당에 충성할 수밖에 없는 자동 당선 의원들에게 공약 이행과 지역민에 대한 책임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자부심이 무색한 대목이다.
올해 9회 지선에서는 모두 511명의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후보자가 경쟁 없이 선출됐다. 이는 직전 8회 때의 490명보다 늘었고 1998년 2회 지선 때의 738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대표성 없는 지방 권력의 문제가 반복되자 2인 선거구를 3~4인 선거구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지 오래다. 민주당과 국힘이 정수 2명인 선거구를 독식하는 구조를 깨뜨려 소수파에도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또 찬반 투표나 일정 투표율과 과반 찬성 요건을 두자는 제안도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개선 요구는 번번이 무위에 그쳤다.
문제는 결정권을 쥔 중앙 정치권이 요지부동이라는 데 있다. 선거구 획정과 의원 정수 결정권은 지방의회가 아닌 국회에 있다. 양당 모두 현행 제도의 수혜자이므로 개혁할 이유가 없다. 비유하자면 반대편 사이에 이뤄지는 ‘구조적 공모’에 가깝다.
6·3 지선 때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해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눈에 보이는 참정권 침해다. 반면 지선 무투표 당선은 제도 안에서 반복되는 보이지 않는 선택권 박탈이다. 후보를 비교하고 선택할 기회를 빼앗긴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유권자가 아니라 정당 공천에 줄을 선 지방의원이 늘수록 지방 정치는 중앙 정치의 하위 복제물에 그친다. ‘지역의 일꾼’이 아닌 ‘정당의 일꾼’이 뽑히는 구조 속에서 어떻게 지방자치가 꽃을 피우겠는가.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