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남 김해시 구산동 고인돌 유적지를 특별 허가를 받아 답사할 기회가 있었다. HiBA(Hidden Busan Adventures) 회원 34명이 함께 현장을 찾았다. 당시 유적은 일반 공개를 앞두고 정비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걸 어떻게 옮겼죠?” “이 시대에 이런 사회가 있었나요?” 외국인 참가자들은 3000년 전 거대한 상석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들은 단순히 유적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부강하고 조직된 고대 사회를 상상하고 있었다.
그 순간 중요한 질문이 떠올랐다. 이 유산을 부산과 동남권은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세계에 보여줄 것인가. 350t에 달하는 상석은 청동기 시대 높은 수준의 조직력과 권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특정 지역을 넘어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유산이기도 하다. 김해는 가야 건국 이후 약 500년 동안 동아시아 해양교류의 중심지였다.
여기에 또 하나의 축이 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약 7000년 전 선사인들의 삶과 바다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암각화를 넘어 해양 문명의 기록으로 읽힌다. 김해의 고인돌이 조직과 권력을 보여준다면, 반구대 암각화는 삶과 교류, 그리고 확장을 보여준다.
부산은 지금도 바다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는 도시다. 고인돌의 선사 문명, 반구대 암각화의 해양 문명, 가야의 국제성과 해양 교류, 그리고 오늘 부산이 가진 글로벌 도시의 위상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부산·울산·경남은 선사 문명에서 글로벌 도시로 이어지는 독특한 서사를 갖춘 셈이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한 ‘반구천의 암각화’는 2025년 7월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되었다. 이는 동남권의 선사·해양 문명 자산이 세계적 보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오는 7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동남권의 역사·문화 자산을 세계와 연결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개별 유산보다 이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하는 힘이다. 김해는 출발점이고, 울산은 확장의 증거이며, 부산은 현재의 플랫폼이다. 이 세 축이 연결될 때 동남권은 단순한 지역을 넘어 세계와 연결되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제 부산은 단순히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도시를 넘어, 세계유산과 문명 서사를 연결해 설명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순간, 관광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함께 이해하고 상상하는 경험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산과 동남권은 세계의 변방이 아니라, 이미 세계의 흐름 위에 서 있는 공간이다. 김해의 돌과 울산의 바위는 수천 년 전부터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제 그 의미를 읽고, 연결하고, 확장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