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캠핑 명당’ 가덕도 천성항 해변은 불법 텐트와의 전쟁

입력 : 2026-06-14 15:25:06 수정 : 2026-06-14 16: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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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옆 해변 자갈밭 '불법 텐트' 가득
화장실, 편의시설 갖춰 캠핑족에게 인기
장기 불법 점유 알박기 텐트 민원 잇따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천성항 야외 공터에 펼쳐진 텐트동 사이로 쓰레기처럼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텐트가 놓여 있다. 손희문 기자 부산 강서구 가덕도 천성항 야외 공터에 펼쳐진 텐트동 사이로 쓰레기처럼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텐트가 놓여 있다. 손희문 기자

지난 10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천성항. 항구 옆 해변 자갈밭 100여m 구간에는 30개에 달하는 텐트동이 줄지어 있었다. 두세곳 정도의 텐트에서는 이용객들이 테이블이 펴고 주변을 정리 중이었지만 대부분은 인기척조차 없었다. 창고처럼 캠핑 장비 등 짐을 방치해둬 구청이 철거 계고장을 부착한 텐트도 적지 않았다. 주변으로 비닐과 쓰레기가 나뒹구는 등 장기간 무단 점유된 이른바 '알박기 텐트'로 추정되는 텐트도 눈에 띄었다.

부산 강서구 천성동 천성항 일대가 불법 점유 텐트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를 앞에 둔 노지 캠핑 명소로 알려지며 캠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알박기 텐트와 각종 쓰레기로 인한 주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관할 구청의 단속과 정비가 이뤄지고 있지만 철거 뒤 재설치가 반복되면서 주민 피해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천성항 캠핑장’으로 알려진 천성항 로터리 일대 해변가는 노지 캠핑이 가능한데다 주변으로 편의점과 공용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탁 트인 바다 전망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어 캠핑과 낚시를 즐기러 오는 이들이 찾고 있다.

이 곳은 해양수산부가 2020년 수산물 유통단지와 위판장 등을 조성하기 위해 매립한 국가 어항 부지다. 당초 지역 어촌의 수산물 유통 기반 확충을 위해 매립 공사를 실시했지만, 수산 자원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면서 사업 계획이 보류되며 공터로 남게됐다.

문제는 빈 땅을 캠핑객들이 차지하면서 발생했다. 천성항 일대는 정식 캠핑장은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제공하는 캠핑장 정보 ‘고캠핑’에 따르면, 부산에서 차박·캠핑이 가능한 곳은 대저생태공원, 삼락생태공원 등 13곳에 불과하다.


가덕도 천성항에 설치된 불법 점유 텐트에 구청의 철거 예고 계고장이 부착돼 있다. 손희문 기자 가덕도 천성항에 설치된 불법 점유 텐트에 구청의 철거 예고 계고장이 부착돼 있다. 손희문 기자
가덕도 천성항에 설치된 불법 점유 텐트에 구청의 철거 예고 계고장이 부착돼 있다. 손희문 기자 가덕도 천성항에 설치된 불법 점유 텐트에 구청의 철거 예고 계고장이 부착돼 있다. 손희문 기자

천성항 인근 주민들은 캠핑객들이 늘어나며 일상생활은 물론 생업인 어업 활동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폐기물이 곳곳에 쌓이면서 동네가 더러워지고, 캠핑 차량이 항구 주변 공간을 점유해 어업 활동도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다. 강서구청에는 천성항 내 불법 캠핑과 관련한 민원이 올해에만 11건 접수됐다. 구청은 현장 점검을 통해 무단 점유 텐트에 계고장을 부착하고 철거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천성항 인근에 거주하는 70대 주민 김모 씨는 “까마귀와 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헤집어 놓아 쓰레기가 인도까지 나뒹군다”며 “결국 주민들과 어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장기 불법 점유 알박기 텐트는 주말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설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핑객들이 금요일께 텐트를 설치한 뒤 평일에는 비워두고 주말에만 찾아와 이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지자체가 계고장을 부착한 뒤 철거에 나서고 있지만 상당수는 소유주가 나타나지 않아 사실상 폐기 처리된다. 철거가 이뤄져도 새로운 텐트가 다시 설치되면서 단속과 재설치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강서구는 여름철 집중 단속과 현장 순찰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강서구청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어항구역 내 취사와 야영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며 “무단 점유와 쓰레기 투기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단속과 계도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현행 어촌어항법은 어항구역 내에 텐트 등 장애물을 무단으로 설치하거나 방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