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이란과 종전 합의가 최종 타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발효 이틀 만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하자 미국이 호르무즈 통항을 보장하면서 통행료를 걷겠다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휴전 기간인 60일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통행료가 없을 것이며, 60일이 만료된 뒤에도 통행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합의가 최종 타결되지 않는다면 미국이 중동 국가들의 수호천사로서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발생한 비용을 보전받기 위한 목적으로 그것(통행료)이 미국에 의해, 미국을 위해 부과되는 경우는 예외"라고 적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MOU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즉각 개방하고 이란이 통행료를 60일에 한해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이란이 60일 기한이 끝나면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이란은 이날 이스라엘의 레바논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 공습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이날 낸 성명에서 "전쟁 종식에 관한 MOU 제1조 불이행 등 미국의 명백한 신의성실 원칙 위반과 약속 불이행에 대응하고,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 정권이 끊임없이 합의를 위반하고 철수를 미이행함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선박에 대해 폐쇄를 선언한다"라고 발표했다.
지난 17일 체결, 18일부터 발효된 서명된 종전 MOU의 1조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레바논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보장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휴전 종료 후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에 선을 그으면서 합의가 최종 타결되지 않을 때 오히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 보장 비용 차원에서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란이 후속 협상을 두고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화할 가능성을 제거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반대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묵인하거나 사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반발하면서 지난 19일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국과의 후속 협상도 미뤄진 상태다. 이란은 다만 이날 오후 협상단을 스위스로 급파하는 등 미국과 대화 여지는 계속 열어두고 있다. 협상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협상 실무진이 오는 21일 대면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미국 대표단이 스위스에 먼저 도착한 데 이어 밴스 부통령도 이날 스위스로 출발하면서 미국은 후속 협상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이끄는 이란 협상 대표단도 이날 스위스에 도착했다고 스위스 외무부가 엑스를 통해 밝혔다.
한편,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협상을 위해 스위스로 출발하기 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틀 정도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핵 문제와 레바논 휴전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이 양해각서 발효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이어가는 상황과 관련해선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라며 "이스라엘과 레바논 양국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이 문제는 우리가 지속해서 관리해 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류선지 부산닷컴 기자 s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