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스테이지 창작 연극 ‘코마’의 프랑스 현지공연. 부산문화재단 제공
세계 공연 예술의 본무대로 진출한 부산의 창작 공연이 현지에서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냈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현지 평론가들로부터 상을 받는가 하면, 관객들의 높은 평점으로 이어지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올해 아비뇽 오프 페스티벌에 참가한 부산 기반의 극단 빅픽처스테이지의 창작 연극 ‘코마’가 프랑스아시아연극교류협회(AFETEA)가 주관하는 국제 연극상 ‘Prix Lueur(뤼외르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500편 이상이 출품되어 12개 부문 수상작을 가리는 이 상은 프랑스, 한국, 중국, 이탈리아 등 각국의 연극 전문가가 심사하는 비영리 국제상이다.
대사 중심의 한국 연극이 ‘극본’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은 큰 의미를 언어와 이야기의 힘이 번역의 장벽을 넘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현지의 폭넓은 호평도 이어졌다. 아비뇽 오프 공식 예매 시스템이 산출하는 관객 호응 지수(Indice Coup de Cœur)에서 ‘코마’는 개막 초기 5에서 129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지수는 실제 관람객만 남길 수 있는 평점에 공연장 객석 규모까지 반영해 산출되는 수치로, 통상 70에서 100점을 넘기면 긍정적인 평가로 해석된다.
아비뇽 지역의 대표 일간지 <라 프로방스>는 ‘코마’를 한국형 스릴러로 소개하며 “팽팽한 긴장감과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언어의 장벽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호평했다.
댄스프로젝트에게로 ‘사자·Who’의 프랑스 현지공연. 부산문화재단 제공
‘코마’와 함께 아비뇽 오프 페스티벌에 도전장을 내민 부산 기반 무용 단체 댄스프로젝트 에게로의 무용극 ‘사자·Who’ 역시 관객 호응 지수가 18에서 74로 상승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 두 작품의 선전은 부산문화재단의 ‘씨어터링크’ 사업을 통한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공연장과 예술단체를 연계해 창작 활동과 해외 진출을 돕는 이 사업은 지난 202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현지 극장 확보부터 무대 기술 조율, 홍보까지 참가 단체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아비뇽 오프의 특성상 지역 예술단체가 오롯이 감당하기에는 진출 장벽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부산문화재단은 사업 시행 이후 구축해 온 현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단체들을 도왔다.
실제로 재단은 출국 약 4개월 전부터 두 단체와 협력해 현지 관객과 시장에 맞춘 작품 완성도 제고 작업을 진행했다. 현지 관객의 성향을 고려한 대본 번역과 대사의 뉘앙스 조정은 물론, 실제 공연 자막을 적용한 쇼케이스까지 거치며 인물의 말투와 호칭, 존대 표현 등 한국어의 미묘한 결을 프랑스어로 자연스럽게 구현해 냈다.
아울러 아비뇽 운영기관, 파리 주요 극장, 공연 전문지, 아시아·태평양 주요 마켓을 대상으로 프랑스어 작품 소개와 초청장을 500건 이상 발송하며 해외 홍보를 병행했다.
부산문화재단 김현정 예술창작본부장은 “부산에서 만든 작품이 언어와 국경을 넘어 현지 관객과 깊이 교감하고, 국제 무대에서 그 완성도를 인정받았다”며 “앞으로도 ‘씨어터링크’를 통해 지역 예술단체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지속해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