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조폭이 차린 ‘통장 렌털’…울산 경찰, 200명 무더기 검거

입력 : 2026-08-05 11:31:13 수정 : 2026-08-05 17: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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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 필요한 영세 업자·주부 노려
휴대폰 매장 거점 삼아 다단계 모집
고속 택배로 김해·창원 등 전국 배송
경찰, 총책 등 4명 구속 “철저히 수사”

대포통장 공급 조직이 범행 거점으로 삼은 울산의 한 휴대폰 매장 주변 거리 모습. 이들은 해당 매장을 중심으로 급전이 필요한 영세 자영업자와 주부 등을 노려 다단계 방식으로 계좌를 모집했다. 울산 남부경찰서 제공. 대포통장 공급 조직이 범행 거점으로 삼은 울산의 한 휴대폰 매장 주변 거리 모습. 이들은 해당 매장을 중심으로 급전이 필요한 영세 자영업자와 주부 등을 노려 다단계 방식으로 계좌를 모집했다. 울산 남부경찰서 제공.

전직 조직폭력배가 총책을 맡아 급전이 필요한 지인들의 계좌를 사들인 뒤 보이스피싱·불법도박 조직에 넘긴 대포통장 공급조직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직폭력배 출신 50대 A 씨를 비롯해 30대 B 씨, 60대 C·D 씨 등 총책 4명을 구속하고, 운영팀과 알선책, 통장 대여자 등 196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 4명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7개월간 울산을 거점으로 대포통장 211개를 모집해, 개당 매월 350만 원의 대여비를 받고 전국 범죄조직에 공급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총괄팀과 관리팀, 운영팀으로 역할을 나눠 렌탈업체처럼 조직을 운영했다. 총괄팀 2명은 자금 사정이 급한 자영업자와 주부 등을 상대로 “계좌를 빌려주면 3개월간 매월 100만~150만 원씩 주겠다”며 명의자를 모집했다. 관리팀 2명은 이들에게 돈을 지급하며 통장이 계속 쓰일 수 있도록 관리했고, 계좌가 불법 계좌로 신고되거나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대처 방법까지 일러줬다. 총책을 보조한 운영팀 2명은 모집된 통장을 수거해 총괄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직은 통장 대여자에게 소개비 명목으로 30만~70만 원을 주고 다른 대여자를 알선하게 하는 다단계·점조직 방식으로 몸집을 불렸다. 그 결과 알선책은 55명, 실제 계좌를 빌려준 명의자는 139명에 달했다. 모집 활동은 주로 울산의 한 휴대폰 매장을 거점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모집한 통장은 고속버스 택배를 통해 전국의 범죄조직으로 배송됐다. 일반 택배보다 신분을 감추기 쉽고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유리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경찰이 제시한 증거품인 상자에는 손글씨 가명으로 발송인 이름이 적혀 있었고 서울·안산·창원·김해·마산 등 행선지와 발송 영수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보이스피싱과 불법 도박 등 범죄 조직에 대포통장을 공급한 일당이 전국 각지로 발송한 택배 상자. 이들은 발송인과 내용물을 ‘오 사과’, ‘김 오이’ 등으로 기재해 고속버스 수화물을 통해 창원, 김해, 안산, 동서울 등지로 통장을 유통했다. 울산 남부경찰서 제공 보이스피싱과 불법 도박 등 범죄 조직에 대포통장을 공급한 일당이 전국 각지로 발송한 택배 상자. 이들은 발송인과 내용물을 ‘오 사과’, ‘김 오이’ 등으로 기재해 고속버스 수화물을 통해 창원, 김해, 안산, 동서울 등지로 통장을 유통했다. 울산 남부경찰서 제공


경찰이 적발한 대포통장 공급 일당의 범행 조직도. 이들은 총괄팀, 관리팀, 운영팀 등으로 역할을 철저히 나누고 다단계 방식으로 통장 대여자를 모집해 보이스피싱 및 불법 도박 조직에 넘긴 뒤 계좌 1개당 매월 350만 원을 챙겼다. 울산남부경찰서 제공. 경찰이 적발한 대포통장 공급 일당의 범행 조직도. 이들은 총괄팀, 관리팀, 운영팀 등으로 역할을 철저히 나누고 다단계 방식으로 통장 대여자를 모집해 보이스피싱 및 불법 도박 조직에 넘긴 뒤 계좌 1개당 매월 350만 원을 챙겼다. 울산남부경찰서 제공.

조직의 수익은 통장 명의자와의 ‘차액’에서 나왔다. 경찰이 분석한 조직도를 보면 총책은 보이스피싱 사기조와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으로부터 통장 1개당 매월 350만 원을 받았지만, 정작 계좌를 빌려준 명의자에게 돌아간 몫은 150만 원에 그쳤다. 나머지 200만 원은 총책과 알선책이 나눠 가진 셈이다.

관리 방식도 치밀했다. 경찰이 압수한 엑셀 파일에는 계좌별로 ‘사용중’, ‘사고정지’ 등 상태가 표시돼 있었고, 하루 단위 대여료와 매주 일요일 정산일까지 기재돼 있었다. 계좌가 지급정지되면 그날부터 수당을 깎는 방식으로 명의자를 통제한 정황도 담겼다.

경찰은 총책 등이 챙긴 범죄수익금 가운데 4억 7000만 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했다.

울산남부서 관계자는 “대포통장은 서민의 삶을 파괴하는 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의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대포통장 공급행위는 철저히 수사해 엄단하고, 범죄수익도 끝까지 추적해 피해 회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