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논란에 중단된 ‘남인수 가요제’ 다시 열리나

입력 : 2026-08-05 18: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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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문화원 4일 관련 세미나
대중음악사적 업적 등 재조명

경남 진주시 진양호공원에 세워져 있는 남인수 동상과 ‘애수의 소야곡’이 새겨진 노래비. 경남 진주시 진양호공원에 세워져 있는 남인수 동상과 ‘애수의 소야곡’이 새겨진 노래비.

진주 출신 ‘가황’ 남인수(사진)의 친일 행적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음악적 가치를 다각도로 검토하는 첫 공론의 장이 진주에서 열렸다. 친일 행적 논란 이후 장기간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됐던 ‘진주 남인수 가요제’도 가요제 폐지와 생가 해제라는 ‘잔혹사’를 넘어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분수령을 맞았다.

진주문화원은 지난 4일 진주시청 시민홀에서 ‘가수 남인수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남인수의 친일 행적 논란과 대중음악사적 업적을 함께 공론의 장에 올려 성숙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특히 그동안 가요제 재개 등을 강하게 반대해 온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도 패널로 직접 참석해 찬반 양측의 균형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세미나를 주최한 김길수 진주문화원장은 “특정 인물에 대한 미화도, 무조건적 배척도 아닌 성숙한 역사 인식과 문화적 성찰의 출발점”이라며 “이번 세미나가 감정적 대립을 넘어 학문적 토론과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인수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대중가요사의 거목으로 추앙받았던 그는 1930~1950년대 ‘애수의 소야곡’, ‘가거라 38선’,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 숱한 히트곡을 발표했다. 고향 진주에서는 1996년부터 그의 이름을 딴 ‘남인수 가요제’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 남인수 이름이 등재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활동 당시 친일 군국가요를 불렀다는 이유였는데, 친일 논란이 심화하자 10여 년간 이어지던 가요제가 폐지됐다. 여기에 2013년에는 진주에 있던 남인수 생가의 국가 등록문화재 지정마저 해제되는 잔혹사를 겪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논쟁은 (사)남인수기념사업회가 2022년부터 가요제 재개를 추진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민족문제연구소를 중심으로 반발이 잇따랐고 논란이 거세지자 당시 가요제 장소를 대관한 진주시가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기념사업회는 가요제를 강행했고 최근 4년간 갈등과 대립이 지속돼 왔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남인수의 과오에만 갇힐 것이 아니라 그의 대중문화예술사적 성과를 있는 그대로 평가해 지역 문화 자산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허수석 평론가는 “역사는 숨길 수 없고 숨겨서도 안 된다. 잘못이 있으면 있는 그대로 연구되고 평가돼야 한다. 다만 한편으로 예술이 남긴 가치도 함께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호영 남인수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는 입장도 존중받아야 하며, 문화예술사적 가치를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존중돼야 한다. 중요한 건 서로 다른 시각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문화적 가치와 역사적 잘못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반대론도 팽팽하게 맞서 사회적 합의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시사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친일 행적이 명확한 만큼 공적 공간에서의 기념사업은 있을 수 없다”면서도 “남인수라는 인물을 빼고 문화예술적 가치를 조명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