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1번가 일대가 문 닫은 점포, 쓰레기 등으로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면1번가 일원은 2027년 중소벤처기업부 부산시 상권활성화 사업 공모에 선정됐지만, 최근 사업 선정 근거가 부실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원준 기자 lwj@
중소벤처기업부와 부산시의 2027년 상권활성화 사업 공모에 선정된 부산진구 ‘서면1번가 자율상권구역’ 사업이 시작부터 용역 부실과 대상지 선정 논란에 휩싸였다. 금정구 용역보고서 일부를 사실상 그대로 옮겨온 데다 사업 대상지 선정 과정에서도 객관적인 비교·분석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실한 용역 보고서를 바탕으로 70억 규모의 상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부산진구청은 지난달 27일 구의회에 ‘서면1번가 자율상권구역 상권 활성화 사업 계획(안)에 관한 의견 청취’를 진행했다고 5일 밝혔다.
부산진구 서면1번가 자율상권구역은 지난 4월 '2027년 상권활성화' 사업에 선정됐다. 서면1번가 자율상권조합은 내년부터 최대 5년간 총사업비 70억 원으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상권 살리기에 나선다. 주요 사업 내용은 상권 특색을 반영한 거점 공간 조성 등 상권 환경을 개선하고, 특화상품·브랜드 개발 등을 통해 상권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날 의견 청취에서는 부산진구 자율상권구역 활성화를 위한 용역 결과가 제시됐다. 용역은 상권 활성화 지역을 중심으로 상권 현황을 분석하고 상권 쇠퇴에 대응하기 위해 진행됐다.
본보가 의회에 보고된 관련 용역 결과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연구 개요와 사례 분석 등에서 금정구 용역보고서와 동일한 내용이 다수 확인됐다. 용역을 진행한 업체는 앞서 금정구 자율상권구역 상권 활성화 사업 용역도 맡았던 A사가 진행했다.
일부 대목에는 ‘부산진구’ 대신 ‘금정구’라는 표현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부산진구 행정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 10쪽에는 ‘금정구의 새: 까치’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용역을 통해 제시된 사업 내용 역시 특화거리 조성, 지역축제 개최 등 금정구 사업 방향과 상당 부분 겹쳤다.
상권 활성화 사업 대상지 선정 근거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청에 따르면 법률상 사업 대상지 요건을 충족한 곳은 서면역 상권과 당감 상권이었다. 하지만 구청은 당감 상권이 주요 상권과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검토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했다.
구의회는 서면1번가를 사업 대상지로 압축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서면1번가가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올해 3월이다. 하지만 용역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8월으로, 당시 서면1번가는 아직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부산진구의회 이지영 의원은 “부산진구와 금정구는 상권 특성이 서로 다른 만큼 부산진구 현황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맞춤형 정책을 제시해야 상권 활성화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용역에서 제시된 사업 내용은 금정구의 것과 크게 유사해 사업 실효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날 의견 청취에서 구의회는 용역 결과 보고서가 부실하고, 구청의 보고서 검수도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용역을 수행한 A사가 금정구에서 수행한 용역 결과 보고서의 내용과 틀을 그대로 가져와 부산진구 용역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부산진구청은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금정구 용역 결과와 다르고, 서면1번가를 사업 대상지로 결정한 것은 공모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부산진구청 하유미 경제정책팀장은 “상권 활성화 사업 목표 자체가 유동 인구, 월 매출액, 빈 점포 수를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사업 내용은 구별로 유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면1번가를 사업 대상지로 지정한 것을 두고서는 “당감 상권은 공모에 선정될 가능성이 낮았고, 서면1번가는 부산진구 내 유일하게 조합이 설립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