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부산 강서구 미음동에 문을 연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전경. 롯데마트 제공
피킹 로봇이 상품을 이동시키고 있는 모습. 롯데마트 제공
지난 7일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들어선 롯데마트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물류센터. 거대한 격자형 창고 위로 로봇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주문이 들어오면 AI가 필요한 상품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계산하고, 피킹 로봇인 ‘봇(BOT)’은 격자 레일 위를 초속 4m로 움직인다. 중앙제어시스템과 초당 10회 통신하며 최단 경로로 상품을 옮긴다. 3D 프린팅 공법으로 제작해 기존 모델보다 무게를 3배 이상 줄여 기동성을 극대화했다.
롯데마트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이 문을 열었다. 영국 리테일기업 오카도의 기술을 결합했다. 고객 주문부터 배송까지 온라인 장보기 전 과정을 통합 제어하는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 OSP(오카도 스마트 플랫폼)가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센터는 연면적 4만㎡ 규모로, 부산·영남권 약 400만 세대를 대상으로 새벽부터 야간까지 배송한다. 센터의 핵심은 사람이 상품을 찾아 돌아다니는 기존 물류센터와 반대로 상품이 사람을 찾아오는 구조다. 센터에선 최대 1000대의 로봇과 함께 AI,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첨단 유통 기술이 적용된다. 입고된 상품은 검수를 거쳐 전용 보관함에 담긴 뒤 거대한 격자형 설비 ‘하이브’에 보관된다. AI는 날씨와 계절, 판매량 등을 분석해 수요를 예측하고 잘 팔리는 상품을 자동으로 위쪽에 배치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하이브 위를 움직이는 로봇이 필요한 상품을 찾는다.
특히 냉동 상품까지 자동화한 ‘오토 프리저’는 오카도 파트너사 가운데 처음 적용됐다. 영하 25도 냉동 창고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 상품을 찾는 대신 로봇이 재고를 이동시킨다. 기존 냉동 창고에서는 작업자가 장시간 머물기 어려워 휴식이 필요하지만, 이곳에서는 로봇이 쉼 없이 작업한다. 상품은 입고부터 배송 직전까지 온도별로 관리해 냉장·냉동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한다.
롯데마트는 약 2000억 원을 들여 구축한 최첨단 AI 물류센터를 부산에서 가동하며 쿠팡·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가 주도해 온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가 가장 먼저 체감할 변화는 배송 시간이다. 센터를 통해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 간격으로 배송 시간대를 촘촘하게 구성했다. 여기에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받을 수 있는 새벽 배송까지 포함하면 하루 최대 13회차 배송이 가능하다.
취급 상품도 기존 점포 온라인 배송보다 늘어난다. 센터는 최대 3만 5000개 상품을 갖출 예정으로 냉장·냉동 제품을 약 1만 개까지 확대한다. 지역 채소와 고당도 과일, 한우를 비롯해 자체브랜드(PB), 해외 직소싱 상품, 부산 유명 맛집과 협업한 간편식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기 어려운 상품도 보강한다.
롯데마트가 이처럼 대규모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급성장한 온라인 식료품 시장이 있다. 국내 온라인 식료품 거래액은 2019년 약 17조 1700억 원에서 지난해 52조 3000억 원으로 세 배 이상 커졌다. 연평균 성장률은 20.4%에 달한다. 다만 전체 식품 판매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가전이나 가구, 화장품 등에 비해 아직 낮다. 신선도와 오배송, 배송 지연 등의 문제가 온라인 식품 구매 확대의 장벽으로 꼽혀 왔다. 롯데마트는 이 지점을 쿠팡·컬리 등과 경쟁할 틈새로 보고 있다. 30년간 쌓은 산지 소싱망과 신선식품 관리 경험을 통해 상품의 신선도를 소비자 집 앞까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수익성이다. AI 물류센터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드는 만큼 센터 가동률과 주문량을 얼마나 빨리 끌어올리느냐가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롯데마트는 하루 주문 처리량을 향후 5년 동안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사업이 단기간에 흑자를 내기는 쉽지 않은 만큼 당장은 센터 가동률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부산은 센터의 전국 확대 여부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된다. 부산·창원·김해는 강서구 센터에서 직접 배송하고, 내년부터는 별도의 배송 거점을 활용해 대구와 울산까지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롯데마트·슈퍼 차우철 대표이사는 “부산과 영남권 400만 세대 고객에 산지의 신선함을 정시 배송해 국내 온라인 장보기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2000여 개의 지역 일자리 창출을 바탕으로 부산과 영남권 고객에게 신뢰받는 지속 가능한 미래형 물류센터의 모범 사례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