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약국, 외국인 줄서는 필수 관광코스 됐다

입력 : 2026-08-09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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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다국어·진열공간 앞세워
서면·해운대·광안리 성업 중
“싸고 좋다” K약품 갈수록 인기
올리브영 이은 새 쇼핑 명소로
상반기 카드 결제 1177% 급증

9일 부산 수영구 블루랩 약국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9일 부산 수영구 블루랩 약국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에 약국이 포함되면서 부산 주요 관광지에 대형 약국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최근 K의약품의 인기에 면세, 다국어 응대, 대형 진열 공간을 앞세운 관광객 특화 약국이 서면, 해운대·광안리해수욕장 등에서 성업 중이다. 약국이 각종 연고와 영양제, 다이어트 제품, 화장품 등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K헬스·뷰티 쇼핑몰’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6일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앞의 한 약국. 특정 제품명을 이야기하거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며 제품을 구입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약국 내부에는 ‘피부 노화 방지’ ‘여드름 치료’ 같은 안내 문구에 중국어가 병기돼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듯 ‘해외여행 피로회복제’ 묶음 상품도 별도로 진열돼 있었다.

중국 청두에서 부산을 찾은 20대 리우허 씨는 약국 쇼핑 목록을 미리 정해 왔다고 했다. 그는 “인스타그램과 샤오홍슈(중국 SNS)에서 ‘#koreanpharmacy’를 검색하면 한국 여행에서 꼭 사 와야 할 약 목록이 많이 나온다”며 “친구들이 부탁한 제품을 10개 정도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만에서 온 관광객 오웬쥐오하오 씨 역시 “한국은 대만보다 약이 더 싸다”며 “친구가 부탁한 제품을 사기 위해 다시 약국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약국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수영구 남천온누리약국은 간판에 ‘TAX FREE(면세)’ ‘藥局(약국)’을 함께 표기해 놓았다. 매장 내부에도 눈·코·목·입, 상처·여드름·소독 등 품목별로 중국어 안내를 하고 있다. 대만 거주 경험이 있는 오종영 약사가 직접 중화권 관광객을 응대한다. 오 씨는 “2024년부터 대만에서 부산으로 오는 직항편이 늘면서 중화권 관광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일주일에 중화권 관광객만 몇 팀씩 찾아온다”고 말했다.

부산 약국 수도 증가세다. 2020년까지 1500곳 안팎이던 약국 수가 올해 1711곳까지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최근 몇 년 사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BC카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약국 이용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76.9% 급증했다. 카드사 측은 의료와 쇼핑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새로운 의료관광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약국이 병원 인근에 자리 잡는 것과 달리, 서면이나 해운대 구남로 등 관광객들의 쇼핑 동선에 대규모로 문을 여는 약국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5월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 문을 연 블루랩 약국은 3층 규모 건물에 의약품과 기능성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을 층별로 배치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세금 환급, 피부 진단 서비스까지 갖췄다. 단순히 의약품을 파는 곳에서 나아가 약사의 전문 상담과 K뷰티 제품, 건강기능식품을 경험하며 면세 혜택을 한꺼번에 보는 공간으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이 약국 김건호 대표약사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올다무약’ 이라고 해서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약국을 들르는 게 필수 쇼핑 코스가 됐다”며 “한국을 떠올리면 뷰티와 헬스가 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이 있고, 약국에선 일반 화장품 매장과 달리 약사가 전문적인 상담을 직접 해 줄 수 있다는 강점이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