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모니터에 최고기온(왼쪽)과 체감온도 상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시·도별 복합재난강도(CI28) 평년 대비 최근 4년 변화. 그린피스 제공
최근 집중호우 후 극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4년간 심각한 수준의 ‘복합재난’이 평년인 지난 30년 대비 5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1년에 한 번 정도이던 심각한 폭우나 폭염이 최근엔 1년에 5일 이상 발생했다.
기후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김형준 카이스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팀에 의뢰한 '한국 폭염·폭우 복합재난 위험도 변화 연구'에서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복합재난이란 기후변화로 가뭄·폭우 등 여러 개의 극한기후 현상이 서로 영향을 주거나, 연이어,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한 달(28일) 동안 발생한 강수량 최댓값과 최고 기온을 하나로 합친 지표인 '복합기후극한강도지수'(CI28, Compound Intensity 28)를 개발해 평년인 지난 30년(1991∼2020년)과 최근 4년(2021∼2024년)의 여름철(6∼9월) 기록을 비교했다. CI28을 통해 28일 동안 폭우와 폭염이 얼마나 강하게 나타났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평년 CI28 중앙값은 0.55인 반면 최근 4년은 1.65를 기록했다. 폭우·폭염의 전반적인 복합재난 강도가 3배 심화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중앙값의 상승은 아주 극단적인 날 때문에 평균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최근 4년간 재난의 전반적인 수준 자체가 과거보다 심해졌음을 뜻한다. 연구팀은 "폭우와 폭염 같은 두 가지 현상이 함께 발생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복합적으로 위험이 커진 것"이라며 복합재난이 구조적으로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합재난의 발생 일수 역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평년 대비 CI28이 상위 1%(P99) 수준으로 가장 심각했던 날은 평년 1.1일에서 최근 5.2일로 약 4.7배 증가했다. CI28이 상위 5%(P95) 이상인 날은 5.5일에서 14.2일로 약 2.6배, 상위 10%(P90) 이상인 날은 12.2일에서 25일로 약 배 늘었다. 김형준 교수는 “1년에 하루 정도였던 극단적 위험이 최근에는 5일 이상 나타난 것으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던 극단적인 재난이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최근 한국·일본과 같은 몬순 기후)에서 여름철 집중호우 직후 폭염이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 역시 폭우와 폭염이 독립된 두 재해가 아님을 보인다고 짚었다.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폭우와 폭염 사이의 급격한 전환이 심화하며 복합재난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성원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폭우나 산불 등 한 가지 재난에만 대응하는 현 체계로는 복합재난에 대비할 수 없다"며 "복합재난의 규모와 빈도를 고려한 사전 대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