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경텃밭모임 유창하·최봉수 씨 “농사는 함께할수록, 텃밭은 가까울수록 좋아요”

입력 : 2026-08-13 17:59:32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결성 2년 만에 회원 500명
씨앗·모종 나누고 지식 공유
계속된 가뭄에 기우제 열어
빈집·옥상 활용한 텃밭 제안

부산 금정구 오륜동 금정도시농부학교의 밭에는 오랜 가뭄과 폭염의 흔적이 선명했다. 잎이 축 늘어지거나 누렇게 타들어 가다 말라 죽은 작물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생업이 걸린 전업 농부의 절박함에 비할 수는 없지만, 정성껏 키운 작물이 말라 죽는 모습을 지켜보는 도시농부들의 속도 타들어 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달 31일, 이곳에 도시농부 12명이 모여 기우제를 지냈다. 직접 기른 수박과 호박, 참외 등을 제물로 올리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비를 주소서’라는 노래도 함께 불렀다.

최근 금정도시농부학교에서 만난 ‘부경텃밭모임’ 유창하 회장과 최봉수(금정도시농부학교 대표) 운영위원은 기우제가 최 운영위원의 푸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날 최 운영위원은 직접 기른 애플수박과 홍감자를 내놓으며 도시농업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 운영위원은 “모임 단체대화방에 폭염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면서 ‘기우제라도 지내야겠다’고 했는데, 회장님이 바로 ‘지냅시다’ 하더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단순히 비만 바란 것은 아니다”며 “우리가 왜 하늘에 비를 바라는지,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부경텃밭모임은 2024년 가을, 동네 생활 커뮤니티 앱 ‘당근’을 통해 결성됐다. 이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회원이 500여 명으로 늘었다. 회원들은 부산과 경남 양산·김해·밀양 등에서 텃밭을 가꾼다. 40대 후반부터 70대까지가 가장 많으며 회비나 별도의 가입 조건은 없다.

회원들은 매달 한 차례 농장을 돌아가며 모임을 연다. 씨앗과 모종, 직접 수확한 작물을 나누고 전문가를 초청해 재배 기술을 배운다. 나무의사와 양봉업자 등 전문성을 갖춘 회원들이 지식과 경험을 나누기도 한다. 최 운영위원은 “회원들이 자기 밭을 찍어 올리면 실시간으로 질문과 답변이 이어진다”며 “농사 경험이 많은 분들이 많아 답변 수준도 보통이 아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초보자의 중도 포기를 줄이려면 집에서 가깝고 물을 구하기 쉬운 텃밭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들뜬 마음으로 밭을 구했다가 힘에 부쳐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유 회장은 두 차례 실패 끝에 올해 수박 재배에 성공했다. 예년에는 장마철이 되면 수박에 물이 차기 쉬웠지만, 올해는 비가 적어 늦게 심은 수박이 오히려 잘 자랐다.

반면 물을 충분히 공급하기 어려운 넓은 밭에서는 작물이 말라 죽는 피해가 발생했다. 유 회장은 “농사는 물이 가장 중요한 조건인데 올해는 그 조건부터 맞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심는 작물도 달라져서 언젠가는 동남아시아 작물이 익숙해질지도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두 사람은 기후변화에 맞는 작물과 재배법 교육이 필요하다며 스마트팜과 옥상·상자 텃밭을 대안으로 꼽았다. 도시농업의 다음 무대로는 ‘빈집’을 지목했다. 산 아래나 역세권에서 벗어난 지역의 빈집을 허물거나 고쳐 치유 텃밭과 소규모 온실로 활용하면 도시의 골칫거리를 공동체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가 마주한 과제인 만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며 “도시의 빈 땅을 그대로 두지 않고 시민들이 함께 가꾸는 밭으로 바꾸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