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전경. 부산대학교병원 제공
‘벚꽃 피는 순서에 따라 대학이 문을 닫는다’거나 ‘지잡대(지방의 잡다한 대학)’라는 자조와 비아냥은 지방 소멸 추세와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다. 대학 졸업-취업-정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끊긴 지역에서 청년 세대는 꿈과 희망을 찾을 수가 없다. 그 결과 나타난 ‘인서울’ 현상은 청년 인구 유출과 도시 활력 상실을 초래했다. 이 난맥상을 끊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지방 국립대 ‘등록금 0원’ 정책이다. 정부는 지난 7일 첫 계획을 발표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상과 재원, 시행 시기까지 담은 추진 세부안을 발표했다. 고등교육 혁신을 기업 유치·일자리 창출로 연계해 지역의 성장 동력을 마련할 절호의 기회다.
교육부는 지난 28일 열린 ‘청년 예산 언박싱 2027’ 행사에서 ‘지역균형발전 장학금’을 공개했다. 총 3280억 원 규모로 신설되는 이 국립대 장학금은 2027년 신입생부터 적용돼 2030년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 부산대와 국립부경대·국립한국해양대·경상국립대·국립창원대 등이 수혜 대상이다. 거점 국립대의 경우 지난해 경쟁률이 대부분 9대 1을 넘기며 호조세를 보였다. 이전 공공기관 취업 인센티브와 정부 차원의 조선·해양·수산 산업 특성화 지원으로 취업에 유리해진 국립대의 인기가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등록금 호재가 더해지면서 국립대 지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과 취업의 연결 고리에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반면 지역 주요 사립대들은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사립대 지역 인재 장학금 선발 인원을 4000명에서 1만 명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국립대 등록금 전액 면제와는 비교하기 힘들다. 국립대 쏠림으로 지역 사립대가 고사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부산의 고등교육 생태계는 국립대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사립대와 전문대도 살아야 지역 산업에 필요한 다양한 인재를 공급할 수 있다. 해양수산 분야에서도 국립대 중심의 인재 양성만으로는 급변하는 산업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 국립대 지원이 사립대 고사로 이어지는 제로섬이 되지 않도록 대학별 특성화와 통폐합, 학과 구조조정, 산학 협력을 포괄하는 지역 고등교육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
국립대 무상 교육은 지방대 회생의 완결책이 아니라 지역 인재 양성 체계를 혁신하는 신호탄이어야 한다. 정부 지원책에 안주해 대학 정원을 채우는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대학 스스로 혁신 역량을 끌어올리고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해양수산·항만물류·조선·금융·인공지능 등 지역의 미래 산업과 대학의 교육·연구 역량이 촘촘히 연결되는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등록금 0원’을 계기로 대학 혁신,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공공기관 이전, 정주 환경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는 데 지역의 미래가 걸려 있다. 소멸의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각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