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2차 공공기관 이전과 '마지막 스퍼트'

입력 : 2026-09-02 18: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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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 경제부 차장

이전안 '지라시' 확산에 관가·금융권 술렁
미확인 정보란 이유로 그냥 넘겨선 안 돼
'정부 원칙' 부합하는 논리·근거 마련해야
부산시·정치권, 아직 골든타임 남아 있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안 발표를 앞두고 관가와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 공식 발표에 앞서 지난 7월 중순과 지난달 중순, 약 한 달 간격으로 이전 기관 배치안이 담긴 이른바 ‘금융권 지라시’가 SNS를 통해 확산한 것이 발단이다. 국토교통부 실무진의 발언을 요약했다는 이 지라시에는 국토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공공기관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9월 중 이전안 발표가 임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유관기관은 세종으로, 한국투자공사(KIC)와 7대 공제회, NH투자증권 등 자산운용 관련은 전주로, 농협은행·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 등은 부산으로, 농협중앙회는 나주로 이전하는 방안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 원칙과 지자체 지역 논리, 정치권 이해관계를 잘 끼워 맞춘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는 분석부터 여권이 향후 이전 로드맵에 대해 여론을 떠보기 위해 흘렸을 가능성, 국토부 실무진과 비공식 대화에서 나온 개인적 구상을 정리한 것이라는 추측까지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

정부는 곧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일부 언론이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서 이전안 의결을 추진한다는 내용까지 보도하자, 정부는 공론화와 지자체·노조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10~11월께 이전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라시 유통과 정부 해명으로 이전안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긴장감은 오히려 높아졌다.

지라시 내용은 미확인 정보로 남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내용의 진위와 별개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둘러싼 지역 간 경쟁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정부가 앞으로 어떤 기준과 논리로 기관을 배치할 가능성이 있는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내용을 접한 금융권과 관가에서도 기관별 산업 연관성과 지역 특성을 고려한 배치라는 점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갖춘 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최근 공공기관을 혁신도시 중심으로 산업·기능 연관 효과에 따라 ‘집적과 집중’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울 잔류 기관을 최소화하겠다는 분명한 정부 원칙을 밝혔다. 이 원칙에 맞춰 부산시와 부산 정치권도 2차 이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몇 개 기관을 유치하느냐’보다 부산에 어떤 기관을 집적해야 가장 큰 시너지와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따져, 이를 정부에 설득력 있게 제시할 논리와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권과 관가에서는 정부가 당초 이르면 8월 말이나 9월 초 공공기관 이전안을 발표하려 했지만, 이전 대상 기관 노조와 유치 희망 지자체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발표 시기를 늦췄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관가의 정책 결정 구조를 잘 아는 한 금융권 인사도 “극도로 비밀리에 진행된 배치 작업이 마무리되고 초안 공개가 임박했지만, 반발이 커지자 발표 시기를 늦췄을 가능성이 크다”며 “부산도 아직 남은 시간 동안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은 2009년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기술보증기금 등 주요 금융 공공기관이 자리 잡았다. 금융산업 핵심 인프라가 집적된 만큼 추가 기관 이전에 따른 연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해수부 이전에 따른 해양금융을 비롯해 블록체인·디지털금융 등 미래 금융산업으로 확장할 기반도 갖췄다.

정주 여건도 강점이다. 최근 국토부 조사에서 부산은 1차 공공기관 이전 지역 10곳 중 이전 직원의 1인 가구·가족 동반 이주율이 80%를 넘으며 가장 높았다. 이전 대상 기관 내부에서 세종·전주보다 부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스포츠 경기에서 흔히 쓰이는 ‘마지막 스퍼트’는 남은 시간과 자원을 모두 쏟아부어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뜻한다. 정부가 이전 원칙으로 ‘집적과 집중’을 내세운 지금, 부산은 그동안 시민들이 염원해 온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당위성을 정부의 이전안 퍼즐이 최종적으로 맞춰지기 전까지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다른 국책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라시에 포함된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안 역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금융중심지에 금융위원회가 와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부족하다면, 이미 자본시장 인프라와 주요 금융기관이 집적된 부산에 금융정책 총괄 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이전하는 것이 ‘집적과 집중’ 원칙에 더 부합한다는 논리도 충분히 가능하다.

공공기관 이전안 발표가 미뤄진 만큼 부산에는 다시 시간이 주어졌다.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은 이 황금 같은 시간을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된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