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부터 2027학년도 수시 모집이 시작되면서 ‘국립대 무상교육’ 등 정부 정책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2026학년도 부산대 입시설명회 모습. 부산대 제공
202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7일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올해 부울경 지역 대학들은 전체 모집 인원의 10명 중 9명에 가까운 89.1%를 수시로 선발해 치열한 수험생 유치전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이번 입시에서는 ‘국립대 무상교육’이라는 인센티브와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가 맞물리면서, 오랫동안 견고했던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교육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다.
■부산대 등 국립대 ‘0원 혜택’ 뜬다
올해 부울경 지역 대학들은 수시모집을 통해 총 4만 1485명을 선발한다. 이는 전체 모집 정원의 89.1%에 달하는 수치다. 이번 수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수는 정부의 집중적인 재정 지원을 받는 지역 거점 국립대들의 약진 여부다. 특히 부산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선도 대학으로 선정, 연간 1000억 원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지역 내 상위권 수험생들의 시선이 다시 쏠리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부산대가 ‘제조·해양산업의 인공지능 전환(AX) 혁신을 선도하는 국토공간대전환 실행 플랫폼’을 주요 사업으로 내건 만큼 전통적 강세 분야인 조선해양, 기계시스템, 항공우주 관련 학과에 우수 인재가 대거 지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이 사실상 보장되는 계약학과에 대한 관심도 큰 상황이다. 여기에 국립부경대, 한국해양대, 국립경상대 등 지역 국립대들 역시 ‘등록금 0원 혜택’이라는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등록금 부담 없이 양질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학부모와 수험생 모두의 마음을 흔드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리 챙기는 지역 수험생들
이러한 분위기는 실제 수험생들의 지원 경향 통계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입시 전문 기관 진학사의 분석에 따르면, 비수도권 수험생이 인근 지역 대학에 1곳 이상 원서를 접수한 비율은 2025학년도 63.8%에서 2026학년도 65.2%로 증가했고, 이번 2027학년도에는 69.5%까지 상승했다. 수험생 10명 중 7명이 상경을 택하기보다, 지역 대학을 안정적인 선택지로 정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이면에는 팍팍해진 청년 구직 현실과 급변하는 산업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다. 막대한 주거비와 비싼 등록금을 감당하며 이른바 ‘인서울 사립대’에 진학하더라도, 과거처럼 취업 시장에서 좋은 직장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부산대 주지홍 입학처장은 “결국 학생들은 향후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보고 대학을 결정하는데, 정부에서 부산대를 서울대만큼 키우겠다고 공언한 만큼 부산대에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쉬었음 청년’이 급증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전통적인 화이트칼라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수험생들의 가치관도 철저한 실용주의로 바뀌고 있다. 빚을 지며 불확실한 수도권 생활에 도전하기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국립대에서 혜택을 누리며 전문 역량을 키우는 것이 훨씬 낫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도 기대된다.
■“그래도 서울” 63.9%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유지된 ‘인서울’이라는 철옹성을 무너뜨리기에는 단편적인 경제적 혜택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엇갈린 조사 결과도 존재한다.
종로학원이 뉴시스 의뢰로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수험생과 학부모 6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더라도 지방 국립대에 진학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여전히 63.9%에 달했다. 수험생과 학부모 상당수가 당장의 등록금 면제보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인프라, 문화적 혜택, 그리고 사회적 타이틀을 여전히 더 가치 있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교총 강재철 회장은 “수도권 쏠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막아내기 위해서는 지역 국립대가 단순히 국가 지원, 등록금 0원이라는 타이틀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혁신과 졸업 후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는 탄탄한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