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세계 주요 금융도시의 리더들이 부산을 찾는다. 국제금융센터세계연합(WAIFC) 연차 총회가 13~16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와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다. 해양금융과 블루 이코노미를 주요 의제로 삼는 이번 총회는 부산의 산업적 강점과 금융도시로서의 가능성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총회 자체가 아니다. 이번 총회를 계기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세계의 금융도시들은 왜 치열하게 자본과 기업을 끌어들이려 하는가. 그리고 부산은 과연 그 경쟁에서 무엇을 갖고 있으며, 무엇이 부족한가.
두바이와 아부다비, 인도의 GIFT시티, 카자흐스탄의 AIFC 등 새로운 금융 거점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국제금융센터를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는 이유는 금융중심지가 단순히 금융회사 몇 곳을 유치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이 모이면 기업이 모이고, 기업을 따라 인재와 정보가 움직인다. 법률·회계·컨설팅·리서치 등 연관 산업도 성장한다. 결국 금융중심지를 갖는다는 것은 경제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확보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부산은 흥미로운 위치에 있다. 세계적 수준의 항만을 기반으로 조선·해운·물류산업이 집적돼 있고, 선박금융과 해상보험, 인프라 투자, 친환경 선박 전환 등 금융과 결합할 수 있는 산업적 기반도 충분하다. 산업과 금융을 연결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서는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산업도시가 저절로 좋은 금융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부산에서 배가 만들어지고 화물이 오가지만, 그 산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투자 결정까지 부산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산업은 부산에 있는데 금융 거래와 의사 결정은 다른 도시에서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금융의 부가가치 역시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로 이 간극을 좁히는 것이 부산 금융중심지의 핵심 과제다.
금융중심지의 경쟁력은 건물의 높이나 입주 기관의 숫자로 측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누가 실제로 거래를 만들어내느냐이다. 부산의 기업이 해외 자금을 조달할 때 부산의 금융회사와 전문가들이 그 과정의 중심에 서고, 해외 투자자가 부산의 산업과 프로젝트를 찾아와 투자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금융의 이름만 부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금융의 의사 결정과 거래가 부산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WAIFC 부산 총회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세계 각국의 금융도시 관계자들이 부산에 모이는 만큼 그들이 어떻게 자본을 유치하고 금융 거래를 만들어내는지 살펴봐야 한다. 동시에 그들의 눈으로 부산의 금융 환경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 해외 금융회사와 투자자가 부산에서 거래하려 할 때 무엇이 불편한지, 어떤 제도와 인프라가 부족한지, 무엇을 갖춰야 부산을 선택할 것인지 묻고 답을 찾아야 한다.
해양금융은 부산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그 자체가 최종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해양산업에서 축적한 금융 경험을 인프라와 대체투자, 친환경 전환, 디지털 금융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분야의 이름을 하나 더 붙이는 것이 아니라 부산에서 실제로 새로운 금융거래가 얼마나 만들어지느냐이다.
제도 역시 같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규제 완화 자체가 목표일 수는 없다. 해외 자본과 금융회사가 부산에서 더 쉽고 예측 가능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필요한 규제와 제도가 무엇인지도 추상적으로 논의할 것이 아니라 실제 투자와 거래의 관점에서 하나씩 따져봐야 한다.
글로벌 금융도시 경쟁은 결국 자본과 의사 결정을 둘러싼 경쟁이다. 어디에 금융회사가 몇 개 있는가보다 어디에서 자본이 만나고 거래가 이루어지며 새로운 투자가 결정되는가가 승부를 가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WAIFC 부산 총회의 성패 역시 참석자의 숫자나 행사의 규모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총회가 끝난 뒤 부산과 세계 금융도시 사이에 새로운 거래와 투자가 시작되는지, 부산의 기업과 프로젝트에 해외 자본이 연결되는지, 실질적인 금융 협력이 이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부산은 이미 세계와 연결되는 항만을 갖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항만을 오가는 물류뿐 아니라 세계의 자본과 금융의 의사 결정이 부산을 거쳐 흐르게 하는 일이다.
이번 총회가 부산을 세계에 보여주는 행사에 그치지 않고, 부산이 스스로의 금융 경쟁력을 세계의 기준으로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금융중심지는 선언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본이 움직이고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곳, 그곳이 금융중심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