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이미지에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달과 성조기가 그려진 이미지에 ‘THE MOON IS OURS’(달은 우리 것)라는 문구를 달아놓았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리는 이 게시물에 각국 언론과 누리꾼들은 곧바로 발끈했다. 달이 어떻게 한 나라 소유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달은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었다. 모두의 것이었다. 동아시아 나라들은 옥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설화를 함께 나눠 가졌다. 아시아인 최대 명절은 추석이다. 한국도 물론이다. 신라 때 소원을 비는 대상으로 달을 표현한 향가나 달로 희망과 그리움을 풀어낸 김소월과 이육사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밤하늘에 뜬 달에 마음 흔들린 경험은 한국인 누구나 지녔다. 나라마다 달은 조금씩 다르다. 그리스 대표 ‘달의 여신’은 셀레네와 아르테미스, 두 명이다. 중국 중추절은 ‘달의 선녀’ 항아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일본 ‘달의 신’ 츠쿠요미는 요즘도 게임 캐릭터로 쓰인다. 달은 언제나 올려다 볼 수 있는 하늘이었다. BTS가 노래 ‘MOON’에서 자신들을 달에, 팬을 지구에 빗댄 것도 그 오랜 정서의 연장선이다.
이렇게나 다정한 위성을 둘러싼 경쟁은 생각보다 치열했다. 1959년 소련 루나 1호가 처음 달 근접 비행에 성공하자 1969년 미국은 아폴로 11호를 띄워 달 유인 착륙으로 맞불을 놨다. 냉전 체제 내내 달은 미국·소련 경쟁의 무대였다. 2000년대 들어 일본 중국 인도 등 강국들이 가세하며 쟁탈전이 한층 가열됐다. 지난 4월 유엔 주도로 발사된 아르테미스Ⅱ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3년 만의 유인 달 탐사다. 중국도 2030년 이전 유인 달 탐사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적으로 달 소유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1967년 발효된 우주조약은 ‘달과 천체는 국가가 소유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자 개인이나 기업은 소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미국인 데니스 호프는 달 토지 문서를 1에이커에 20달러가량으로 팔았다. 물론 국제법학계와 유엔은 그 어떤 국가도 우주나 천체 소유권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달은 우리 것’ 해프닝이 새삼 일깨워주는 사실이 있다. 인류 공통 유산이던 달이 이제 자원과 패권이 걸린 실질적 공간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씁쓸하지만 달이 품은 ‘노다지’, 얼음과 희귀 자원 공간을 향한 욕망의 질주는 막을 수 없는 일이 된 것 같다.
김영한 논설위원 kim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