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열린 제4회 부울경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부울경 시도지사. 김종진 기자 kjj1761@
수도권 일극주의의 부작용을 직시한 중앙정부가 ‘5극 3특’ 정책을 통해 광역경제권 육성에 나서고 있다. 국토 균형발전의 해법으로 부울경이 광역 협력의 선도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기대가 쏟아진다. 기존의 논의를 넘어 시도 간 장벽을 허무는 새로운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인 ‘5극 3특’은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 거점을 육성해 국가 성장축을 다변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메가 프로젝트와 국가 전략사업도 개별 시·도보다 권역 단위 사업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재편 중이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지역의 광역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정책적 변화를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국가운영 체계의 변화라고 진단한다. 인구와 산업, 자본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에서 개별 지자체의 경쟁력으로 이를 타개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의미다.
광역 통합과 경제권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신라대 박재욱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이미 중앙정부 사업이 광역 단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AI 산업과 데이터센터, 공공기관 이전 등 미래 성장사업 역시 부울경의 광역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산과 울산, 경남은 그간 행정통합과 특별연합, 경제동맹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 모델을 시험해 왔다. 그러나 어느 것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특별연합은 출범 이후 사실상 중단됐고, 행정통합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견 속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동맹 역시 일부 성과를 내놨지만, 부울경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경남대 정원식 명예교수는 “앞서 행정통합 논의에서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공론화 과정에서 숱한 우려와 과제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고 효능감을 확인할 실질적인 이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부울경은 이미 하나의 생활권과 경제권으로 움직이고 있다. 가덕신공항 건설과 배후도시 개발, 광역교통망 구축, 산업벨트 조성, 공공기관 이전 대응 등 어느 하나 부산이나 울산, 경남만의 과제로 보기 어렵다. 행정구역만 나뉘었을 뿐, 이미 현실의 경제와 산업은 시도 경계를 넘어선 지 오래라는 의미다.
그런데도 부울경은 새로운 정책 환경에 대응할 광역화 체계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행정통합과 특별연합을 둘러싼 논쟁만 지루하게 이어질 따름이다.
부울경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부울경이 수년째 초광역 통합 방식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정책과 예산은 갈수록 특별법을 앞세운 광역 경제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수도권의 기득권도 이에 질세라 덩치를 키워나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초광역 통합을 둘러싼 기존의 소모적 논쟁을 넘어서고, 변화한 환경에 맞는 새로운 광역 협력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광역화의 밑그림 없이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는 물론 국가 정책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과거의 논의를 반복하지 말고 통합과 협력의 청사진을 처음부터 다시 그리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