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명 14일 만에 나온 사퇴이지만 오히려 늦은 감마저 든다. 용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해명이 불거지는 족족 국민 공분을 키워온 탓이다. 장관·비례대표 국회의원 겸직 문제로 시작된 논란은 배우자를 포함한 당 운영 논란, 이른바 ‘언더 조직’ 의혹으로 이어지며 민심 이반을 불렀다. 용 후보자 대응도 문제였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용 후보자는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법보다 그가 누린 특혜와 불공정에 분노한 국민 감정을 전혀 읽지 못했다. 용 후보자는 후보 사퇴를 사필귀정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용 후보자 사퇴가 다른 후보자 검증을 소홀히 하는 상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야권에선 “‘김승원 살리고 용혜인 버린다’ 시나리오가 시행되고 있다”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이런 우려를 자초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키겠다고 했다. 국민은 김 후보자를 향한 불신을 키워가고 있는데, 여당 대표가 의혹에 눈을 감고 내 편 지키기를 공개 선언한 꼴이다. 국가 정의를 지키는 부처 장관이 되려는 인물이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는 브로커 청탁을 했다는 의혹의 당사자라면 검증이 더욱 철저해야 한다.
두 후보자만 문제가 아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가족 철거민 특공’ 논란,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논란,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비거주 갭 투자’ 논란 등 후보자들마다 의혹이 불거졌다. 김 후보자의 경우 신약 청탁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까지 시작됐다. 드러난 의혹만으로 비적격 인사로 꼽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일부는 청문회를 거치더라도 국무위원직 수행이 가능할까 싶다. 15일부터 시작되는 인사 청문회는 증인·참고인 채택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미달하는 후보들을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어거지로 임명하는 상황까지 이어진다면 정권 신뢰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집권 2년 차에 개각을 통해 동력을 모아 국정을 쇄신하려는 개각 취지는 이미 상당 부분 퇴색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 들어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느냐는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용 후보자 사퇴로 정부 출범 15개월 만에 후보자로 지명되고 임명 문턱을 넘지 못한 인사가 4명이나 나왔다. 논문 표절 의혹, 보좌관 상대 갑질 의혹, 자녀 관련 논란 등 낙마 이유도 천차만별이다. 개각 때마다 낙마 사례가 나왔다. “김현지가 인사 라인”이라는 유튜버의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지경이다. 청와대는 ‘2차 개각 참사’를 인사 검증 시스템 전반을 재구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