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크로호 북극항로 성공적 항해, 해양수도권 첫발 뗐다

입력 : 2026-09-14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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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고비용·고난도 극복 대장정
무사 귀환… 해양강국 도약 출발점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부산에서 출발해 북극해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6400㎞ 뱃길은 해빙과 강풍에 맞닥뜨려야 하는 미개척 항로다. 지난달 22일 부산신항을 떠난 팬스타 아크로호가 마침내 목적지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13일 도착했다. 계획보다 이틀 지연됐지만 사고 없이 순항했고, 역사적인 북극항로 첫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축하와 감사를 드린다”며 해양수도 부산과 북극항로 개척 지원을 다짐한 것도 이 도전이 해양강국 도약에 미칠 파급력 때문이다. 하지만 상업화 성공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파고가 여전히 높다. 고위험, 고비용, 고난도라는 북극해의 삼각파도를 뚫어낼 수 있느냐에 부산항의 미래가 걸려 있다.

아크로호는 북극해에 진입한 뒤 유빙에 둘러싸여 표류하고, 강풍으로 속도를 내지 못한 채 난항을 겪었다. 예정 항로대로 직진하지 못하고 돌아선 항적에는 정시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담겼다. 갑판 출입조차 어려운 환경과 매일 달라지는 시차, 장시간 누적된 긴장으로 선원들의 피로도도 높아졌다. 항로가 짧다고 경제적인 항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컨테이너 물량 확보와 운항 정시성, 운송비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상업 항로로 살아남을 수 있다. 중국의 한 선사가 지난달 닝보항에서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첫 정기 항로를 개통한 만큼 글로벌 경쟁력까지 요구되고 있다. 자축 전에 냉정한 준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운항의 경험은 북극항로 상업화 검증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정부는 2030년 정기 상업 항로 개통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보험료와 쇄빙 지원, 선박 안전 기준, 선원 훈련, 비상 구난, 항만 연결망과 화물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부산항과 진해신항, 북항, 가덕신공항과 철도 물류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트라이포트 전략과 북극항로 개척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선·기자재와 선박수리, 선용품, 해양금융, 극지 연구 역량을 집적하고 지역 대학과 해양기관을 중심으로 극지 운항 전문인력도 길러야 한다. 아크로호의 운항 데이터와 경험을 공유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도 필수다.

아크로호가 닿은 로테르담은 해양수도 부산의 종착지가 아니라 대한민국 해양물류가 새롭게 지향해야 할 좌표다. 이 도전은 부산이 북극항로 시대의 주역으로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 값진 첫걸음이다. 반환점을 찍은 아크로호는 폴란드 그단스크에 기항한 뒤 북극해를 재통과해 부산 귀환의 장도에 오른다. 끝까지 안전이 최우선이다. 예측 불가능한 해빙과 해상 기후를 뚫어냈던 정신력을 다시 발휘해야 한다. 부산항에 무사히 접안하는 그날 부산은 아시아의 종착 항만을 넘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해양물류 거점을 선언할 수 있다. 훗날 역사가들은 이 도전이 부산이 해양수도로 도약하는 전환점이었다고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