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흥청망청' 법인카드

입력 : 2026-09-14 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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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는 기업, 단체,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볼 때 비용을 편리하고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에 1163만 장이 발급될 정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반면 사용 목적과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어, 사적으로 쓰거나 부정한 용도로 쓰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과거엔 법카를 쌈짓돈인 양 쓰는 일이 흔했다. 그러다 보니 부정 사용을 막으려는 노력도 계속됐다. 대표적인 조치가 2004년 시행됐다가 2008년 사라진 ‘접대비 실명제’였다. 한 번에 50만 원 이상 접대할 때 접대 목적·장소, 이름 등을 남겨야 비용으로 인정받도록 했다. 초기엔 영수증을 50만 원 미만으로 쪼개거나 여러 사람이 나눠 내는 등 편법이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 법카 사용액이 20%가량 줄어드는 등 효과가 나쁘지 않았다. 이 제도는 소비 증진 명분 아래 폐지 운명을 맞았다.

공공 부문에선 2005년부터 ‘클린카드’를 도입, 유흥업소 등 제한 업종에서 법카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클린카드가 생기면서 공직사회에 법카 사용 행태도 상당히 개선됐다. 공무원이 산하기관이나 기업 법카를 받아 몰래 쓰는 등 풍선 효과가 나기도 했다.

2016년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도 법카 사용을 개선시킨 주요 계기였다. 국내 기업 한 해 접대비가 10조 원에 달할 정도로 그릇된 접대 문화가 만연하던 때였다. 논란도 많았지만 법카 사용처 ‘부동의 1위’였던 유흥업소가 골프장에게 밀려나는 등 접대 문화도 변화 조짐을 보였다.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얽힌 법카 유용 사건도 끊이질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도 경기도지사 시절 법카를 개인 용도로 쓴 의혹이 터져 정치권 공방의 주인공이 됐고, 그 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시절 법카 결제 내역이 공개된 일로 아직 진실 공방을 벌이는 처지다.

지난해에도 유흥업소에서 쓴 법카 결제 금액이 5516억 원에 이른다는 소식이다. ‘코로나19 시기’에 줄었던 것이 2022년(5638억 원)과 2023년(6244억 원)에 다시 증가했다. 2024년(5962억 원)부터는 다시 줄어드는 추세지만 접대비 실명제부터 김영란법까지 여러 제도에도 ‘올바른 법카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보긴 어렵다. 규제도 중요하지만 ‘공짜 돈’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투명하게 쓰겠다는 윤리가 확고히 뿌리 내려야 해결될 일이다.

김영한 논설위원 kim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