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인천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방침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탁경륜 기자
정부의 부산·울산·인천·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 통합 방침에 대해 지역 정치권까지 반대에 가세했다. 부산·울산·인천 지역 국회의원들이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4대 항만공사 통합 추진이 지역 항만의 자율성과 국가 항만 경쟁력을 훼손한다며 즉각 철회를 정부에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기능 중복 해소, 과당경쟁 완화, 조직 효율화를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책과 기획 기능이 본사로 일원화되면 중장기 개발계획, 예산 편성, 투자 결정, 배후 단지 조성 등 핵심 권한이 지역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0년 이상 구축한 지역별 항만 운영 체계를 무력화하는 졸속 통합 추진에 대해 시민단체에 이어 정치권까지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부산 의원 18명 전원과 울산·인천 지역 국민의힘 의원 등 24명은 회견문을 통해 정부의 통합 방침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지자체를 향한 비판도 내놓았다. 정부 방침에 대해 무소속 광양시장을 제외한 민주당 소속의 부산·인천·울산·여수시장이 항만공사 통합에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의원들은 지역 항만이 중앙 본사의 지역지사로 전락할 위기 앞에서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압박했다. 지자체장들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 아니라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항만공사 통합에 대해 확산하는 반발 여론을 수렴해 정부에 통합 철회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항만공사 졸속 통합은 행정 효율성보다 국가 공급망의 안정성과 항만별 개별 경쟁력만 훼손할 우려가 크다. 정부는 2011년에도 통합 문제를 검토했지만, 물리적 통합보다 현행 체제에서 협력과 운영 효율화를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린 바 있다. 당시 국토해양부의 ‘항만공사 운영 개선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 결과, 4개 항만공사 통합의 연간 절감 효과는 50억 원에 불과했고, 통합에 필요한 행정력과 비용을 고려하면 효과는 매우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대신 각 항만의 특성과 역할을 강화하고 항만의 기능별 협력체계 구축을 지원·보완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2004년 1월 부산항만공사가 처음 출범한 이후 인천(2005년 7월), 울산(2007년 7월), 여수광양(2011년 8월) 항만공사가 차례로 설립됐다. 이들은 각 권역의 배후 산업과 맞물려 지난 20년 이상 각자 영역을 구축해 왔다. 4개 항만이 각기 다른 화물과 거점 산업을 토대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든 상황에서 통합 한국항만공사를 설립해 단일 조직으로 관리하는 것은 불필요한 ‘옥상옥’ 구조를 만들 뿐이다. 치열한 글로벌 항만 경쟁 속에서 정책 결정의 신속성과 현장 대응력만 떨어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항만 경쟁력을 약화하고 지방분권을 후퇴시키는 항만공사 통합 추진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