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정문이 보행로를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개선 사업에 들어간다. ‘콧구멍’이라는 오명으로 불리는 현재의 부산대 정문(위)모습과 복원될 시계탑 조감도. 부산일보DB
개교 80주년을 맞은 부산대학교가 캠퍼스의 ‘근본 찾기’에 나섰다. 삭막한 지하 차도로 인해 ‘콧구멍’이라는 달갑지 않은 오명을 썼던 정문은 보행자 중심의 개방감 넘치는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만남의 장소였던 ‘시계탑’은 19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다. 부산대는 시민의 후원으로 출발한 최초의 종합 국립대학으로서 캠퍼스 상징물 복원과 정문 개선 사업을 통해 대학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강 회장 100억 원 정문 개선 마중물
부산대는 오는 18일 넥센그룹 강병중 회장이 쾌척한 재원을 바탕으로 총 100억 원 규모의 ‘강병중 연구 및 장학기금’ 출연식과 강연 행사를 갖는다. 이 기금은 지역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모빌리티 분야 연구와 지역 인재를 위한 장학금으로 쓰이는 동시에, 부산대의 오랜 숙원인 정문 개선 사업의 핵심 재원으로 집중 투입된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정문 개선 사업의 청사진도 공개한다.
부산대 정문은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87년 6월 항쟁 같은 역사의 고비마다 부산대 학생들이 모였던 곳이다. 과거 부산대의 위풍당당함을 대변하며 학생과 시민을 맞이했던 부산대 정문은 2009년 문을 연 상업시설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나면서 ‘콧구멍 정문’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보행자를 위한 탁 트인 광장 대신 지하 주차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거대한 굴 형태의 차도만이 까맣게 보였기 때문이다.
새롭게 추진되는 정문 개선 사업의 핵심 목표는 차량 중심의 단절된 구조 대신에 ‘전면 보행로’를 확보해 개방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학교 측은 단순히 출입구의 모양을 바꾸는 것을 넘어, 과거 민주화의 성지이자 지역민과 교감하던 열린 대학 정문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부산대는 이 같은 청사진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 5월경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민의 성금으로 출발했던 최초 민립대학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온전히 담아낸 상징적 복합 공간으로 정문을 재탄생시키겠다는 포부다.
■시계탑도 19년 만의 부활
정문 개선과 함께 진행되는 또 다른 프로젝트는 바로 ‘시계탑 복원’이다. 1970년대에 건립되어 옛 정문 안쪽 ‘넉넉한 터’에 우뚝 서 있던 십자형 시계탑은 단순한 건축물 이상이었다. “시계탑 앞에서 만나자”는 말은 수십 년간 부산대생들의 보편적인 인사였고, 부마항쟁 등 현대사의 격동기마다 학생들의 집결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이 상징적인 조형물 역시 지난 2007년 상업시설 조성으로 인해 학생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거되는 뼈아픈 수모를 겪었다. 철거 이후 1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동문들 사이에서는 “우리 대학의 상징을 잃어버렸다”는 아쉬움이 끊이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재추진되는 시계탑 복원 사업은 지난해 5월부터 동문과 지역 시민 306명이 십시일반 참여해 건립 기금이 성공적으로 모이면서 본격화 됐다. 새로운 시계탑은 예전 시계탑의 모습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며 정문으로 이어지는 넉넉한 터 원형 조경부 인근에 약 13m 높이로 웅장하게 세워진다.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순항 중인 시계탑 복원 사업은 주변 부지 700㎡ 조경 환경 개선도 함께 진행해, 누구나 머물고 쉴 수 있는 열린 휴식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최재원 부산대 총장은 “이번 복원 사업은 대한민국 최초의 종합 국립대학으로서 걸어온 자랑스러운 80년 역사를 기념하는 뜻깊은 사업”이라며 “대학의 상징을 우리 손으로 다시 세우는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