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는 천혜의 해안 경관을 갖춘 조선 도시다. 해금강, 바람의 언덕, 외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등 전국적으로 알려진 관광 명소와 먹거리가 즐비하다. 그런데 최근 거제를 찾는 젊은 관광객들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거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MZ 관광객 유입을 촉발한 일등 공신은 걸그룹 리센느의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거제 출신 멤버 원이와 대화를 나누다 던진 ‘거제 야호’라는 한마디였다. 야호는 통상 산 정상에서 외치는 감탄사가 아니다. 일본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얏호’로 안녕에 가까운 친근한 표현이다. 미나미가 말한 ‘거제 야호’는 ‘거제 안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3월 20일 리센느 원이의 개인 유튜브 콘텐츠에서 미나미가 독특한 억양과 표정, 손동작으로 ‘거제 야호’라고 말하는 장면이 공개되자 이 부분을 발췌한 짧은 영상들이 숏폼과 SNS에 빠르게 확산됐다. 거제 대신 다른 지명이나 자신의 학교와 직장 이름 등을 넣은 다양한 ‘야호 밈’들이 탄생했다. 흥미로운 것은 ‘거제 야호’를 접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거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 거제시는 5월 22일 리센느를 새로운 홍보대사로 위촉해 도시 브랜드 홍보를 시작하는 등 젊은 세대와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특히 리센느 멤버들이 거제식물원 정글돔, 거제 케이블카 등 거제 관광지를 방문하는 브이로그 형식의 관광 홍보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했다. ‘거제 야호’에 이어 거제 홍보 영상까지 화제를 모으면서 거제를 찾는 MZ 세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리센느가 다녀간 곳을 관광객들이 찾아가 같은 장소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다시 SNS에 올리면서 관광객 급증 현상을 만들어냈다. 리센느도 ‘거제 야호’ 인기몰이에 힘입어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거제시의회는 지난 9일 리센느 멤버 전원을 연예인 최초 거제 명예시민으로 선정해달라는 내용의 시 안건을 통과시켰다. 리센느가 거제 위상을 높인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앞서 리센느는 지난달 거제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팬덤이 모은 50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거제 야호’ 현상에서 눈여겨볼 점은 우연한 밈 유행을 도시 브랜딩과 관광 정책에 접목시킨 시의 적극적이면서도 발 빠른 대응이다. ‘거제 야호’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거제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