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등 지자체가 폐암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학교 급식 노동자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가운데 경남에서도 해당 판결을 인용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제기됐다. 이후 전국적으로 유사한 요구가 잇따른 전망이다.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21일 경남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교육청은 폐암 당사자인 학교 급식 노동자에게 손해배상금을 당장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폐암 산재 승인을 받은 학교 급식 노동자에게 근무 지역 지자체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배경이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폐암 산재 피해자인 학교 급식 노동자 9명이 국가와 부산시·전남광주시·경북도 등 지자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자체가 인당 1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자체가 폐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배기시설 종류를 확인하고 적절한 시설을 설치하는 등 관리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소송 당사자는 지자체지만, 교육·학예 사무 집행기관으로 소송을 수행한 각 지역 교육청이 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소송 당사자인 노동자들은 학교 급식소에서 조리 미세먼지(조리흄) 등 유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폐암에 걸렸다고 주장해 2022~2023년 각각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질병을 인정받았다. 조리 미세먼지는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유해 물질이다. 이들은 업무상질병 인정을 근거로 국가와 지자체가 신체와 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지역에서는 이미 손해배상금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는 지난 16일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 당사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즉시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경남을 비롯해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폐암 산재 승인을 받은 학교 급식 노동자를 중심으로 판결을 인용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이어진다.
경남에서는 지금까지 총 13명이 폐암 산재 승인을 받았고, 이 가운데 2명은 이미 숨졌다. 올해 경남 전체 학교 급식 노동자 폐 전산화단층촬영(CT) 검사 결과 최소 3명이 추가로 폐암 진단을 받고 산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울산도 학교 급식 노동자 4명이 폐암 진단을 받는 등 사정이 다르지 않다. 울산교육청 재해유형별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직업성 암으로 보고돼 산재 요양 승인을 받은 사례는 총 4건으로, 모두 2023년에 승인됐다.
연대회의는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한 학교 급식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면서도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지 못한 사용자 책임을 법원이 인정한 만큼 교육청이 손해배상에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찍이 학교 급식소 조리 미세먼지 문제를 인식한 경남교육청은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환기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까지는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을 모두 마칠 계획이다.
다만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손해배상금 지급 요구에는 “소송 판결문과 향후 법적 절차를 관련 부서와 함께 자세히 검토하고 진행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구체적인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