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말

입력 : 2026-09-21 17:57:35 수정 : 2026-09-21 18:07:34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이우영 서울정치부 기자

먼저 답을 내놓았다. 비교적 기다렸던 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헌법상 불가능하다”며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지난 18일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질문도 받기 전에 밝힌 입장이었다. 뒤늦은 감이 있어도 예전보다 말이 선명했다. 큰 논란 하나가 어느 정도 정리된 순간이었다.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논란을 자초했다. 모호한 입장이 문제였다. 국민은 해석이 필요 없는 말을 원했다. 지지율 하락으로 경고등이 켜진 시점이었다. 이 대통령이 ‘연임 개헌’에 욕심을 낸 게 맞다면, 미련을 버릴 때란 예상이 많았다.

어차피 ‘개헌 후 연임’은 성공 확률이 희박하다. 버려도 문제없는 카드란 뜻이다. 현직 대통령은 헌법에 도전해야 한다. 헌법 제128조는 대통령 임기와 관련한 헌법 개정을 다루는데,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일각에선 개헌을 두 번 하면 연임이 가능하단 주장도 있는데, 국민 투표가 필요한 개헌은 국민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개헌 의결 정족수인 국회의원 200명 확보도 험난한 과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1명. 개혁진보 4당 소속 18명과 진보 성향 무소속 7명을 모두 설득해도 역부족이다. 국민의힘 109명, 개혁신당 3명, 무소속 한동훈 의원 중 최소 14명이 이탈해야 한다. 이 대통령 연임 길을 열어줄 개헌이 이들에게 통할까. 그럴듯한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진보 진영 186명을 하나로 만드는 것부터 솔직히 회의적이다.

개헌에 성공해 ‘4년 중임제’를 도입해도 변수는 있다. 당장 여당이 차기 대선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계파 갈등이 첨예한 만큼 다른 인물이 대권 주자가 될지도 모른다. 개헌은 ‘바늘구멍에 낙타 밀어 넣기’인데, 위험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이 ‘연임 전혀 생각 없다’고 말한 건 희생이 아니다. 크게 잃을 게 없는 선택이었다.

대통령은 ‘연임 개헌’에 꽤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반전을 노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잃을 게 있는 듯한 ‘공소 취소’ 관련 답변에선 달랐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사건들 공소 취소 추진 논란을 두고 “특검 권한 중 기소 사건들에 대한 이송·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만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이 대통령은 논란의 불씨를 다시 키웠다. 공소 취소권을 없애 달라면서도 진상 규명 필요성을 부각했다. 곧장 화답한 여당은 ‘조작기소 특검법’ 제정에 다시 의지를 보였다. 대통령이 임명할 특별검사가 대통령 사건들이 ‘조작 기소’된 게 아닌지 수사할 길을 열려고 한다. 답을 정해놓은 특검이 온다면 ‘셀프 면죄부’를 위한 기반을 닦을 수도 있다.

특검법 제정부터 도입까지 정국은 혼란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야권 반발과 사회적 혼란은 심화하고, 국정 동력은 급속히 떨어질 수 있다. 조작 기소로 결론이 나오고, 공소 취소까지 밀어붙이면 나라는 반쪽이 되기 쉽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대통령이 좀 더 확실한 입장을 밝혔으면 했다. 기자회견에서 기대한 건 최소한 ‘특검 수사 대상에 내 사건들은 빼달라’는 말이었다. 적어도 자기 사건에서 손을 떼고, 발목을 잡히지 않길 바랐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의를 밝혔다. 다시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석인 법무부 장관부터 공소 취소가 연상되지 않는 인선을 보여줄 때다. 공소 취소에 한발 더 나아간 입장을 밝힐 시간도 아직 남았다. 확실히 내려놓을 때 새로운 길이 보이는 법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