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항 인프라 부족해 함정 MRO 산업 기회 놓친다니

입력 : 2026-09-22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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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군함용 선석 없어 수리 원해도 못 해
마스가 계기 고부가 조선기자재로 전환을

미8군 전용부두로 쓰이는 부산 남구 부산항 8부두. 김종진 기자 kjj1761@ 미8군 전용부두로 쓰이는 부산 남구 부산항 8부두. 김종진 기자 kjj1761@

1500억 달러(약 224조 원)가 투입되는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워싱턴DC에 한미 조선협력센터가 개소했고, 이에 미국 측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외국 조선소에 해군 함정 건조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조선 강국의 근간을 이루는 동남권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조선해양기자재 산업의 중심을 자부하는 부산항이 해외 함정 MRO(유지·보수·운영) 사업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외국 군함이 찾아와 수리를 요청해도 내줄 선석이 없기 때문이다. 보안·통관 지원 체계도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성장의 기회를 차버리는 꼴이니 해양경제권 구호가 민망할 지경이다.

캐나다 해군 호위함의 MRO 불발은 상징적인 사례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측은 5200t급 함정을 내달 부산항 감만 동측 공용 부두에 접안해 수리를 진행하고 승조원 하선과 관광을 희망했으나 선석 확보에 실패해 무산됐다. 하역 전용 부두여서 함정 수리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져서다. 우암부두와 감천항에서 MRO 선석을 확보하려던 다른 시도도 성사되지 못했다. 외국 군함에 대한 보안 검색과 출입 통제, 통관, 군 당국 협의 등 지원 체계의 미비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는 세계 1위 수준의 신조 경쟁력을 보유하고도 대형 국적선 수리 수요가 중국·싱가포르로 빠져나가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마스가가 단순한 함정 수주 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산항이 드러낸 허점은 뼈아프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이 선박 건조에 머물지 않고 수리·정비와 항만 인프라, 부품 공급망, 전문 인력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부산은 영도와 감천항에 축적된 수리조선 경험과 조선기자재 기업, 항만·물류망, 대학·연구기관을 함께 갖춘 도시다. 경남·울산의 대형 조선소와 연계하면 동남권 전체를 아우르는 MRO 생태계로 확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관행이나 행정 칸막이에 막혀 해외 함정 정비 수요를 내쫓고 있다면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기술과 인력이 없다면 몰라도 선석과 행정 절차의 문제라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마스가는 부산항이 하역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해양산업의 거점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2033년 개장을 목표로 신항 수리조선단지가 추진되고 있지만 마냥 기다려서는 안 된다. 당장의 MRO 수요에 대응할 선석을 확보하고 보안·통관·군 협의 절차를 표준화해 시장을 키우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은 국가 전략으로 조선·수리 역량 확보에 나섰다. 부산에는 이미 경쟁력을 갖춘 항만과 수리조선 경험, 기자재 산업과 인력이라는 자산이 있다. 관건은 부산의 생태계가 얼마나 빨리 MRO 사업 체계와 연결되느냐다. 마스가 시대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해양수도 부산의 성패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