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인사가 만사'… 경남 도민 주권은?

입력 : 2026-09-21 17: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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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문 인사 신인 등용 저해
선출된 권력 측근정치 만연
내사람만 믿는 분위기 문제
도민 행복한 공정 실천해야

공직사회에 회자되는 말 가운데 ‘인사가 만사’란 말이 있다. 굳이 공직사회가 아니더라도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배치하는 것이 절실하니, 잘된 인사는 조직의 명운과 관련된다. 그래서 인사는 항상 어디에서나 만사다.

박완수 경남지사가 민선 9기를 출범하며 공석이던 경제부지사 자리에 지난 7일 최만림 전 경남도 행정부지사를 임명했다. 최 전 행정부지사는 민선 8기 초기 2년을 박 지사와 손을 맞춰 경남 도정을 무난하게 이끈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전임 경제부지사가 퇴임한 뒤 후임자를 물색하던 박 지사는 ‘늘공(공무원) 최만림’을 ‘어공(어쩌다 공무원) 최만림’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최 전 부지사의 도정 운영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적지만, 돌고 돌아 회전문 인사를 보는 도민들의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9기 도정에서 진행하는 인사에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지사 선거를 돕기 위해 사표를 냈던 조철현 경남도사회서비스원 원장은 이달 중순 재임용됐다. 조 원장은 박 지사가 창원시장일 때부터 함께 일한 공직자 출신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몇 안 되는 박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한다.

마찬가지로 박 지사 선거를 돕기 위해 임기를 남겨놓고 사퇴했던 진정원 경남FC 전 단장은 지난달 일찌감치 다시 제자리로 복귀했다. 6·3 지방선거 당시 합류해 선거운동을 도운 진 단장은 2023년 경남FC 단장 임명 때 축구선수나 지도자 출신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았다. 경남FC 성적이 하위권인데도 책임져야 할 단장이 선거판에 뛴다는 비난을 받았던 진 단장은 경남FC 구단주인 박 지사가 국회의원일 때 비서관이었고, 박 지사 재선 뒤 인수위 격인 경남대도약 준비팀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돌려막기 인사’라고 부를 만한 사례도 있다. 진 단장과 마찬가지로 박 지사 선거를 돕기 위해 사표를 냈던 정연희 전 경남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이달 초 경남교통문화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취임했다. 올해 창원시 추천 몫인 박태훈 경남로봇재단 이사장 후보도 구설에 올랐다. 공모를 통해 추천됐지만, 박 후보는 경남도 출자기관인 경남무역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마산회원구가 지역구인 윤한홍 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도의회 인사청문회 대상인 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는 이효근 직전 이사장이 다시 후보로 선정돼 인사청문 절차를 마쳤다. 이 이사장 후보는 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가 부적합 평가를 내렸을 정도다. 도지사와 같은 당 출신이 다수인 도의회에서 인사청문 결과 부적합 의견이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는 비판이다.

8기 도정에서 박 지사의 지근거리에서 활약했고, 8기 도정 말기 사표를 내고 박 지사를 도와 선거에서도 큰 공을 세운 이영일 경남도 정책특보와 민선 8기 도민소통특보를 지낸 강석 대외협력특보가 다시 9기 도정에서 정무직으로 복귀한 것은 오히려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특보는 선출직 후보와 함께하는 사실상 원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련의 산하 기관장 인사는 박 지사의 평소 지론과도 맞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 지사는 평소 산하 기관장 인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도민들에게 “실력 있고 역량 있는 사람을 많이 지원하라고 권유해라”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경남도 유해남 대변인도 이효근 후보가 도의회 부적합 판정을 받은 다음 날 브리핑을 통해 “경남도는 출자·출연 기관장 인사에서 특정인을 미리 정하거나 염두에 두고 공모와 심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론은 냉랭하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앞선 현실이 사뭇 달랐다.

경남 기초단체에서도 회전문 인사에 대한 비판이 빈발했다. 이달 초 오태완 의령군수가 자신의 강제추행 재판에서 위증한 전 수행비서를 소통비서관으로 재임용해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다. 허위 증언으로 처벌받은 측근을 다시 공직에 기용한 것은 군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의령군은 임용 결격 사유가 없다고 말했다.

창원시 산하 창원문화재단 이사장 후보도 문제가 됐다. 윤한홍 의원의 친형인 윤한훈 씨가 창원문화재단 최종 임용후보자가 됐으나 논란이 커지자 윤 씨는 결국 사퇴했다.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선출직 단체장은 상대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리에 오른 만큼, 가장 신뢰하는 사람에 기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단체장이 되고서는 도민 이익만 봐야 한다. 말은 맞았지만, 결과는 ‘측근’으로 귀결된다. “공적 시스템을 거쳤다”라는 해명보다,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제대로 잘 찾는 것이 절실하다.

이재희 사회2부 선임기자 jaehee@busan.com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