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메시지 던진 ‘세계의 주인’은 두고두고 회자될 작품 [부일영화상 2026]

입력 : 2026-10-07 19:32:27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 가

심사평 송경원 씨네21 편집장

좋은 답은 대체로 늦게 도착한다. 많은 시상식이 연말이나 연초, 늦어도 상반기에 한 해를 결산하지만 부일영화상은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올 늦여름까지를 심사 범주로 삼는다. 남들과 다르게 흐르는 이 달력 덕분에 부일영화상은 여타 시상식과 사뭇 다른 결과를 내놓곤 했다. 올해는 그 경향이 한결 뚜렷했다. 후보작의 색깔이 그만큼 다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최종 심사는 역대 가장 긴 논의 끝에 결과를 이끌어 냈다. 오래 들여다본 만큼 정답은 아닐지라도 2026년의 한국영화를 관통하는 정직한 답안이 되리라 믿는다.

최우수작품상은 ‘세계의 주인’이다. 다섯 편의 후보가 각축을 벌인 끝에 두 편으로 좁혀졌지만 마지막까지 저울이 쉽게 기울지 않았다. 다섯 편 모두 미덕과 의미가 충분했지만 최종적으로 ‘세계의 주인’에 의견이 모인 것은 부일영화상이 지향해온 가치와 방향성을 고려한 결과다. 완성도와 중량감만큼 중요한 것이 작품이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세계의 주인’이 경쟁작을 압도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회자되며 지표가 될 작품이란 것에 강한 확신을 준다.

최우수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은 이견이 없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압도적인 지지로 결정됐다. ‘호프’의 나홍진 감독과 ‘왕과 사는 남자’의 유해진 배우다. 흥미로운 것은 ‘호프’의 자리다. 최우수작품상에는 선정되지 않았지만 기술 부문을 포함한 거의 전 부문에서 강력한 후보로 거론된, 사실상의 승자라 봐도 무방하다.

여우주연상은 ‘세계의 주인’의 서수빈 배우와 ‘파반느’의 고아성 배우를 두고 마지막까지 각축을 벌였다. 고아성의 농축되고 농익은 연기에 대한 찬사가 적지 않았지만 최종적으로 작품과의 조화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서수빈은 신인 부문에서도 강력한 후보였으나 경력과 무관하게 개별 부문에서의 존재감을 우선 고려해 주연상으로 선정했다.

남우조연상은 ‘호프’의 음문석 배우다. 음문석의 재발견이라 해도 좋을 강렬한 존재감으로 등장하는 순간마다 극의 온도를 바꿔놓았다. 여우조연상은 ‘어쩔수가없다’의 염혜란 배우다. 일상의 편안함과 서늘함을 오가며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지켜냈다는 평을 받았다.

신인감독상은 ‘바얌섬’의 김유민 감독이 선정됐다. 데뷔작임에도 이미 자기만의 리듬과 시선을 갖춘 연출은 물론 한국독립영화에서 보기 드문 장르성은 다음 영화를 기다리게 만든다. 신인 남자연기상의 ‘3670’ 조유현 배우는 경계에 선 인물의 흔들림을 과장 없이 정직하게 통과해냈고, 신인여자연기상의 ‘호프’ 정호연 배우는 색깔있는 연기로 제 존재를 또렷이 증명한다는 점에서 지지를 얻었다.

각본상은 ‘굿뉴스’의 변성현, 이진성 작가에게 돌아갔다. 속도와 아이러니를 오가며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설계의 힘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촬영상 ‘호프’의 홍경표 촬영감독, 미술·기술상은 ‘호프’의 이후경 미술감독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받았다. 음악상을 수상한 ‘파반느’의 이민휘 음악감독은 영화의 정서를 끝내 완성하는 것이 음악임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