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사상구청 전경
속보=부산 기초지자체들이 가용 재원 부족으로 허덕이는 상황에서(부산일보 10월 13일 자 1면 등 보도) 사상구청이 주요 사업 추진을 위해 100억 원에 육박하는 지방채 발행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지방채 발행을 신청한 부산 3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빚을 내 사업을 이어가야 할 만큼 재정난이 심화하면서, 사상구의회는 부산 최초로 재정 건전화 조례안까지 발의했다.
부산 사상구청은 지난 8월 말 행정안전부에 지방채 발행 계획안을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구청은 이달 중 행안부가 발표 예정인 발행 확정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구청은 지방채 발행 대상 사업으로 △엄궁복합문화체육센터 건립 62억 원 △삼락·덕포 도시재생사업 37억 원 등 2건을 선정했다. 신청 규모는 총 99억 원이다.
기초지자체가 100억 원 규모의 지방채를 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지방채는 지자체가 금융기관 등에서 자금을 빌려 사업비로 충당한 뒤 원금과 이자를 갚는 일종의 빚이다. 당장 부족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결국 갚아야할 부채라는 점에서 구정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지자체는 특정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거나 긴급한 재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다. 지방채로 조달 가능한 금액은 사업에 투입되는 지방비의 절반까지다. 사상구의 두 사업 모두 구비로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사업이어서 전체 사업비의 절반을 지방채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구청은 재정난 속에서 주요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고심 끝에 지방채 발행을 신청했다. 서태경 사상구청장은 “지방채 발행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지만, 가용 재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요 사업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구청은 재정난을 이유로 부산 최초로 추진하던 구립 치매전담요양원 건립 사업을 중단했다. 또 지난 8월 서 청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약 140억 원의 재원 부족이 발생했다며 재정 비상 상황을 알렸다.
구청은 행안부의 발행 계획이 확정되면 오는 12월 구의회의 승인을 거쳐 지방채 발행에 나설 방침이다.
관건은 구의회 의결이다. 행안부가 지방채 발행 계획을 확정하더라도 오는 12월 구의회 의결을 거쳐야 실제 발행이 가능하다. 여소야대 구도인 데다 최근 서 구청장의 임금성 수당 인상을 둘러싼 비판 여론까지 일면서 지방채 발행을 둘러싼 의결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사상구의회가 부산 최초로 재정 건전화를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선만큼 구청의 재정 운용에 대한 견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상구의회 10명 전원은 지난 6일 ‘재정 건전화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다.
조례안의 핵심은 구청이 재정 건전화 지표를 개발하고, 지표별 달성 정도를 연 1회 이상 주민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재정건전화위원회를 구성해 재정 운용을 점검하는 내용도 담겼다. 조례안은 이날 상임위 심의를 거쳐 16일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사상구의회 관계자는 “그동안 재정 건전성 문제는 지자체에서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영역이 아니었다”며 “앞으로 재정 상황을 면밀히 돌아보고 개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구뿐만 아니라 사하구, 남구도 재정 악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지방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사하구청은 올해 약 38억 원의 지방채 발행 승인을 받았다. 남구청도 약 88억 원 규모 지방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