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국내 4개 항만공사(PA)의 통합 결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12일 부산에서 열린 해수부 국감장에서 부산 지역구 의원은 “항만공사 소재지 국회의원과 지자체, 업계, 노조, 시민사회 등등 모두가 반대하는데 대체 누구를 위해 통합을 하겠다는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의원은 “장관도 PA 통합을 지지하느냐”고 물은 뒤 “반대 입장이면서 왜 대통령에게 소신껏 말하지 못하느냐”며 질타했다.
글로벌 물류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일면 이해한다. 그러나 효율성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조직을 무리하게 하나로 묶는 기계적 통합은 도리어 대한민국 항만 경쟁력을 갉아먹는 독이 될 수 있다. 지금 항만 정책에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같음’의 강요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협력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다.
우리나라 4개 항만은 출범 시기와 지역적 환경에 따라 각기 전혀 다른 고유의 전문성을 축적해 왔다. 부산항은 세계적인 컨테이너 환적 허브로 성장했고, 울산항은 액체 화물 중심의 에너지 특화 항만으로 자리 잡았다. 여수광양항은 석유화학 및 제철 물류의 거점이며, 인천항은 대중국 교역과 크루즈 산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마치 ‘현악 사중주’처럼 저마다의 독특한 음색을 내는 항만들을 하나의 거대한 조직으로 획일화하겠다는 발상은 현장의 특수성과 유연성을 마비시킬 뿐이다.
물론 국가 물류 경쟁력 강화라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구동)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진정한 구동은 외형을 하나로 합치는 것에서 오지 않는다. 각 항만의 ‘차별성’을 명확히 존중하고 그 독립성을 보장(존이)할 때, 비로소 각 항만은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다. 가칭 한국항만공사라는 컨트롤타워에 의한 하향식 의사결정은 현장과의 괴리를 낳고, 지역 맞춤형 포트 세일즈와 인프라 투자를 위축시켜 결국 하향 평준화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개성과 장점을 지운 통합은 시너지가 아니라 비효율의 거대화에 불과하다. 4개 항만공사가 각자의 전문성을 무기로 세계 무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되, 국가적 거시 전략에서는 긴밀히 연대할 수 있는 느슨하고 지혜로운 협력 모델이야말로 대한민국 항만이 글로벌 해양 강국으로 도약하는 진정한 이정표가 아닐까.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