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 칼럼] 전재수의 낙동강 시대는

입력 : 2026-10-20 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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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주간

낙동강 총괄 조직 신설
동서 격차 해소와
부산 100년 미래 위한 전략자산

시민에게 사랑받는 친수공간
서부산 개발 성공 여부에 달려

부울경 통합의 가치 담아야
새로운 미래 공간 만들 수 있을 것

“서울 갈 때마다 부러운 게 한강이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취임과 함께 가진 7월 8일 시정 업무보고 자리에서 시민의 공간으로 사랑받는 한강처럼 낙동강도 시민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며 낙동강 시대를 예고했다. 비만 오면 침수를 반복하는 낙동강 둔치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네덜란드처럼 제방을 쌓아 공간을 만들고 시민이 활용하게 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이 ‘부산이 선택해야 할 것은 제방이 아니라 철학’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지만, 전 시장은 의지를 꺾지 않았다. 8월 27일에는 이형섭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을 만난 후 SNS에 ‘낙동강, 시민의 일상과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낙동강은 우리가 잘 지켜야 할 부산의 소중한 자연임과 동시에 시민이 걷고 쉬고, 운동하고 문화를 즐기는 일상의 공간이라며 낙동강 대개조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지난 14일 주간정책회의에서는 낙동강 관련 부서의 기능을 한데 모아 서울시의 미래한강본부와 같이 기획과 사업, 관리까지 총괄하는 조직 신설을 공식화했다. 전재수의 낙동강 시대를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는 낙동강이 가진 잠재력을 동서 격차 해소와 부산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전략자산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하니 전재수의 낙동강 시대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궁금하다.

낙동강과 한강은 똑같이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하지만, 물줄기의 방향만큼이나 지리적, 환경적, 역사적으로는 다른 길로 흘러왔다. 한강이 수도 서울을 관통하며 세계 유수의 도시와 같이 양안을 끼고 도시 문명 발달을 이끌었다면 낙동강은 오랜 세월 도심에서 벗어나 경계에 머물러 있었다. 산업화 시기 주변으로 공단이 형성되면서 농업과 공업,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기능적 역할이 더 부각됐다. 천연기념물 179호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환경 이슈가 첨예한 현장이기도 하다.

낙동강 시대 논의가 본격화한 계기는 강서 1000만 평 그린벨트 해제였다. 2008년 당시 허남식 부산시장은 이명박 정부에 요청해 낙동강과 서낙동강에 둘러싸인 강서 일대 33㎢(약 1000만 평) 그린벨트 해제를 공식 발표하고 부산 국제산업물류도시 조성을 추진했다. 그 중심에서 에코델타시티 개발이 본격화했다. 신 낙동강 시대에 대한 기대와 주문이 쏟아졌다.

신 낙동강 시대에 진심이었던 이가 서병수 시장이었다. 2015년 12월 ‘서부산 글로벌시티’ 플랜을 발표하고 위대한 낙동강 시대를 선포했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2030년대까지 소득 5만 달러, 글로벌도시 30위권에 진입시키겠다는 원대한 포부도 밝혔다. 서부산개발본부를 신설하고 서부산신청사 건립도 추진했다. 자신이 깃발을 들었던 2030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주무대도 당시는 강서 맥도 일원이었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통한 기수역 복원 등 개발과 보존의 조화도 고민했다.

오거돈 시장도 2019년 서부산권 4개 구청장과 함께 신 낙동강 시대를 위한 서부산 대개조 비전을 발표했다. 박형준 시장은 임기 말이던 지난 3월 ‘낙동오원(洛東五園)’이라는 서부산 미래 지도를 공개했다. 을숙도, 맥도생태공원, 대저생태공원, 삼락생태공원, 화명생태공원을 ‘5색 테마정원’으로 재편해 생태·관광·문화를 결합한 글로벌 허브로 만들겠다는 나름 아이디얼한 전략이었는데 낙선으로 동력을 잃었다.

전 시장의 낙동강 시대 또한 이 같은 시정 역사의 연장선에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서부산 시대가 마스터플랜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가덕신공항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고 에코델타시티도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는 시점이다. 연구개발특구와 공항도시 등 개발사업도 구체화하고 있다. 전 시장이 꿈꾸는 시민에게 사랑받는 낙동강 친수공간의 모습도 결국 이들 서부산 개발의 미래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낙동강 친수공간에 대한 구체적 고민과 함께 서부산 개발에 대한 비전을 담아내야 한다는 이야기일 텐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2028년 준공을 앞둔 에코델타시티의 상업·산업·물류 용지 분양률이 20~30%대에 머물고 계약 해지가 이어져 자족도시 기능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게 서부산 시대의 현주소다. 부산만의 성장동력으로 서부산 시대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성공적 낙동강 시대를 위해서는 부울경 메가시티의 비전을 담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이유다. 낙동강 물줄기가 지역을 아우르듯 낙동강 시대는 부울경 통합의 가치가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전재수의 낙동강 시대가 당연히 담고 있을 가치라고 기대한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