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은행 ATM… 고령층 ‘금융 접근성’ 위협한다

입력 : 2026-10-27 18:01:57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 가

부산 3년 6개월 새 362대 철수
감소율 16.3% 전국 평균 상회
폰뱅킹 서툰 고령층 불편 가중
우체국 기기 수수료 낮추는 등
디지털 취약층 대책 마련해야

27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하단동의 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시민이 현금을 입출금하고 있다. 이예슬·손희문 기자 ys@ 27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하단동의 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시민이 현금을 입출금하고 있다. 이예슬·손희문 기자 ys@

부산 서구 부민동에 사는 이영임(75) 씨는 시내에 나갈 때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찾는 것이 습관이 됐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이 씨의 집 근처에는 ATM이 있었지만, 어느 날 ATM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씨는 “부전시장에 나가는 날 은행에 가서 현금을 한꺼번에 뽑아놓는다”며 “그래야만 가끔 손주들이 올 때 용돈을 줄 수 있어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은행 ATM이 최근 3년 6개월간 360대 넘게 사라지면서,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위협받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책이 은행 점포 폐쇄에만 집중된 만큼, ATM 철수에 따른 금융 공백을 막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7일 금융감독원의 ‘2022년~2026년 6월 연도별·지자체별 ATM 현황’에 따르면 부산 지역 은행 ATM은 2022년 2223대에서 올해 6월 1861대로 3년 6개월 사이 362대(16.3%)가 사라졌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감소율(15.7%)을 웃도는 수치다. 부산 지역 ATM은 2023년 2078대, 2024년 1981대, 지난해 1901대로 매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이와 함께 부산 16개 구·군 전역에서도 2022년보다 은행 ATM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인구가 많은 원도심에서는 영도구(17.4%)와 중구(16.7%)의 감소율이 부산 전체 평균(16.3%)을 웃돌았다.

특히, 해운대구는 20.1% 줄어 부산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고, 동래구와 수영구도 각각 18.6% 감소해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부산에서 가장 많은 ATM이 있는 부산진구에서는 2022년(290대)과 비교하면 18.3%(53대)의 ATM이 사라졌다. 서부산권인 강서구·북구·사하구·사상구 역시 모두 15~16%대의 감소율을 보였다.

이 같은 배경에는 모바일뱅킹 확산과 은행 점포 통폐합, ATM 유지비 부담 등이 꼽힌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가까운 ATM의 유무가 현금 인출 편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디지털 취약계층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의 65세 이상 인구는 2022년 기준 71만 2000여 명에서 지난달 84만 8000여 명으로 약 13만 6000명 증가했다. 전체 인구의 26.3%에 해당한다. 은행 ATM 1대당 고령인구를 단순 계산하면 약 320명에서 456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일각에서는 편의점 ATM 등을 대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은행과 기기마다 수수료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달라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 모(71·부산 영도구) 씨는 “집 근처에 있던 주거래 은행 기계가 없어져서 가까이 있는 다른 은행에서 수수료를 내고 돈을 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 ATM이 빠르게 줄어드는 현실과 달리, 금융당국의 대응은 은행 점포 유지에 집중돼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은행 점포 폐쇄 대응 방안’은 지방 거주 금융소비자의 접근성 보장에 초점을 맞췄지만, ATM 감축에 대한 대응책은 별도로 없었다. 은행이 특정 지역의 ATM을 모두 철수하더라도 이를 제한하거나, 대체 기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별도 기준도 없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시연 연구위원은 “최근 은행 ATM이 줄어들면서 우체국이나 편의점 ATM이 활성화하고 있는데, 이런 곳들의 ATM 수수료를 낮춰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예슬 기자 ys@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