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은)은 대표적인 정책금융기관이다. 시장이 자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한 전략산업에 국가 정책에 따라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수익을 좇아 움직이는 시중은행과는 태생적으로 결이 다른 금융기관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 필요성도 이 같은 산은 본연의 역할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부산을 해양수도로 해 동남권에 해양수도권을 조성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관련 정책자금 공급이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론이 배경이다. 최근 그 당위론은 온데간데없이 금융당국과 여권에서 산은 부산 이전 불가 여론만 마치 간을 보듯 흘러 나와 지역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한 언론사 주최 포럼에서 “산은은 이전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서울 여의도에 금융허브타운을 만들기로 했기 때문에 산은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다 모여 있어야 한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산은 부산 이전은 하지 않는 걸로 국회에서 정리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들 발언에서 나온 산은 부산 이전 불가 주체라는 ‘정부’와 ‘국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같은 내용의 발언이 금융당국과 여권에서 잇따라 나왔다는 점이 심상치가 않다.
〈부산일보〉는 공공기관 이전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지난 8월 공식화한 2차 공공기관 이전 원칙을 토대로 8월 25일자 사설을 통해 산은 부산 이전은 당연한 결론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토부는 서울에 잔류하는 기관을 제로화하겠다는 원칙과 기관 이전을 통해 집적과 집중을 추구하겠다는 원칙을 공식화했다. 이 때문에 당시 사설은 산은 부산 이전은 국토부 원칙을 논리적으로 해석할 때 다다를 수밖에 없는 결론이며 이에 대해 정부와 여권에서 다른 얘기가 나온다면 논리로 해명하지 못할 억지가 끼어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까지 지적했다. 최근 불거진 두 번의 발언을 놓고 부산지역 여론이 들끓지 않는다면 이상할 일이다.
해운과 조선, 해양플랜트 등 해양수도권을 위한 전략산업이 밀집해 있는 동남권은 대표적 정책자금 수요처다. 한때 언급된 동남권투자공사 정도로는 지역 투자 프로젝트 발굴 수준을 넘기 어렵다. 투자처 발굴을 넘어 산은이 대규모 정책자금을 집행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해양수도권 조성이 가능하다. 심지어 부산은 제2금융중심지로서 주요 금융기관들이 이미 대거 이전해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산은 부산 이전 불가론이 여권에서 잇따라 새어나왔다. 해양수도권 조성으로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던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무뎌진 것은 아닌지 궁금할 지경이다. 더 이상의 희망고문은 지역을 철저히 우롱하는 처사로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