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경성대학교 도서관 앞 주차장. 차가 한 대 들어서자
세차팀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장갑을 끼고 장비를 챙긴 팀원들이
각자의 작업에 나섰다.
한 명이 스팀으로 차체를
말끔히 닦아내는 동안 다른 한 명은
그 뒤를 좇으며 물기를 제거한다.
또 다른 이는 바퀴 옆에 아예 쭈그리고 앉아
휠 및 바퀴를 닦고 있는 중이다.
부쩍 추워진 날씨 탓일까. 잠시 고개를 든 송준호(30)씨의 코끝에 콧물이 달려 있다.
정신지체 장애인인 그는 "집에 있을땐 답답했는데 일을 하니까 재미있다"고 했다. 처음엔 잘못했지만 반복하다보니 쉬워졌고 스팀을 뿜어낼 땐 기분이 좋다는 것. 또 "일을 하면서 12㎏가 빠졌다. 아주 건강해졌다"는 그는 "돈을 벌어서 어머니를 드릴 수 있어서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정신지체 장애인인 또 다른 팀원 박나나(30·여)씨는 "조금 힘들지만 내 일이니까 좋다"고 말했다. "타이어나 휠이 너무 더러워 잘 안 닦일 땐 힘들기도 하지만 세차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것. 월급은 어머니에게 드리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받아서 쓴다는 그는 일이 늘어서 월급이 지금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래야 월급을 모아서 살 계획인 컴퓨터를 더 빨리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지난 6월 말부터 경성대 도서관 앞 주차창에서 세차를 하고 있는 이들은 부산 최초의 '장애인스팀세차 사업단'이다. 커가는 장애아들의 자립과 자활을 고민하던 한울장애인자활센터내 한울장애아학부모회가 이들에게 적합한 직종을 고민하다가 서울 장애인세차팀의 사업에 착안해 세차팀을 만들어 냈다.
학부모회는 지난 2월부터 '정신지체장애인의 직업재활'의 뜻에 동참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1인 1만원씩의 모금운동을 펼쳤다. 두달동안 들어온 종잣돈은 모두 1천850만원. 그리하여 지난 5월엔 4명의 장애인과 1명의 비장애인 팀장으로 팀을 구성하게 됐다. 준호씨와 나나씨 외에 정원일(26)씨와 박창현(27)씨가 함께 일하고 있다.
6월부터 본격적인 세차에 나선 이들은 처음엔 장소를 정하지 못하는 등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이후 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경성대와의 협약식을 통해 지금의 장소에 안착하게 됐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차량지원도 받았다.
그로부터 5개월여 남짓. 9월부터는 하루 평균 7,8대씩을 세차하며 월 수입이 100만원을 넘기 시작했다.
사업을 맡고 있는 한울장애어린이집 최혜림원장은 "월급이라고 하기엔 아직은 적은 돈이지만 팀원들은 일을 가졌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또 스팀세차는 노동강도가 세지 않고 작업시 위험성이 적은데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으며 공동작업을 통해 사회성을 익힐 수 있어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직업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겨울이 다가오면서 장소문제가 다시 세차팀의 고민으로 떠오른 상태다. 대학이 곧 방학에 접어드는데다 세차가 매일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세차팀은 하루 주차량이 5천대에 달하는 과천종합청사 주차장에 있다. 우리도 부산시청을 알아봤으나 부산시는 특정팀에 편의를 제공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는 게 문광호 팀장의 말.
"어쨌든 겨울나기를 위해 학교나 회사,아파트 단지 등에서의 순회세차를 계획하고 있다"는 문 팀장은 "장애인스팀세차는 구청 등이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서 해당 구 복지관출신 장애인들이 세차팀을 운영하도록 하는 직업모델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016-9667-2336. 김아영기자 yeong@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