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울산에서 역대 민주당 계열 후보 중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울산은 보수 텃밭’이라는 방정식이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1위를 차지했지만, 비상계엄을 심판하는 유권자의 표심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 개표 결과 울산에서 42.54%를 차지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47.57%)에 5.03%포인트(P) 뒤졌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직전 20대 대선 후보 때 얻은 40.79%를 뛰어넘은 것으로 민주당과 그 전신 정당 대선 후보를 통틀어 최고 수치로 기록됐다. 19대와 18대 대선에서는 당시 문재인 후보가 울산에서 38.14%와 39.78%를 각각 득표한 적이 있다. 특히 울산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영남권 광역단체 중에서도 이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낸 지역이 됐다.
이 대통령은 부산에서 40.14%, 경남에선 39.4% 등을 기록했지만 김 후보와의 격차가 11~12%P로 여전히 적잖은 간극을 보였다. 보수 텃밭인 대구와 경북에서는 김 후보가 44.4%P, 41.35%P라는 압도적 차로 승리했다. 그런데 울산에서는 두 후보의 득표 차가 불과 5.03%P로 좁혀지면서 ‘박빙의 승부’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의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국민의힘은 선거운동 기간 ‘범죄자 후보를 심판하고 보수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유권자 지지를 호소했지만, 울산에서는 계엄 선포와 탄핵을 초래한 정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정서 역시 강하게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 구·군별 득표율도 이 같은 정서를 반영하듯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양당 구도가 점점 굳어지는 분위기도 읽을 수 있다. 먼저 보수 성향이 짙은 중구·남구·울주군 민심은 김 후보에게 과반의 표심을 밀어줬다. 김 후보는 원도심인 중구에서 11.03%P, 번화가가 밀집한 남구에선 12.02%P, 도농복합지역인 울주군에서는 9.19%P 차로 이 대통령을 여유롭게 앞질렀다.
그러나 자동차와 조선소 노동자가 밀집한 북구와 동구에서는 이 대통령이 김 후보를 각각 8%P와 5.92%P 차로 따돌리는 저력을 보였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동구에서 1.67%, 북구에서 1.59%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이 대통령이 비록 울산에서 1위를 하지는 못했지만 민주당 안팎에선 ‘애초 목표치 자체가 희망과 각오가 반영돼 높게 설정된 측면이 있다’며 사실상 성공적으로 대선을 치러낸 것으로 평가한다. 오상택 민주당 울산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전략기획단장은 “불법 계엄 이후 시민들의 분노가 이번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해석한다”며 “선거운동 현장에서 만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이 반성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건넬 정도로 울산의 정치 지형에도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