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던 그 집 보여주니 ‘대박 뷰’… 부산 부동산 유튜버 ‘태박이’ 이태수 씨

입력 : 2025-06-0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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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메트로 92평 소개’ 영상, 610만 회 '떡상'
삼성전기 다니다 10년 차에 사표 내고 전업
"본업 충실해야만 부동산 등 부업도 성공
투자하려면 일정 수준 종잣돈부터 마련을”
부동산 관련 원스톱 서비스 플랫폼이 목표

‘회사 때려치우고 유튜브나 할까.’ 직장인들이라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할 법한 혼자만의 생각이다. 유튜버 ‘태박이’로 유명한 이태수(40) 씨는 이 오래된 직장인들의 ‘망설임’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다. 부산 부동산이라는 지역 콘텐츠를 앞세워 15만 명에 가까운 유튜브 구독자를 모았으니 성공한 사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씨는 “10만이 넘는 유튜브 운영도, 성공한 부동산 투자도 모두 자신의 본업부터 충실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삶 대하는 태도가 언제나 본질

‘LG메트로시티 92평 궁궐, 광안대교뷰가 나오네’라는 제목의 14분짜리 영상은 태박이 채널을 대표하는 콘텐츠다. 조회수만 610만 회가 넘는다. ‘92평 내부는 도대체 어떻게 해놓고 사는 걸까?’나 ‘연못과 물레방아가 집 안에 있는 펜트하우스’ 등 부동산에 없던 흥미를 생기게 만들 만한 영상들도 100만 회가 넘는다. 아파트 구석구석을 소개하며 집주인과 이런저런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 나가는 게 이 채널의 특징이다.

이 씨는 “부산의 초고층 아파트를 바라볼 때마다 ‘저런 곳의 펜트하우스에는 누가 살까’ ‘내려다보는 전망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많이 가졌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호기심과 일종의 부러움을 가졌기에 조회수가 많이 나온 것 같다”며 “집 소개뿐만 아니라 집주인의 살아온 스토리나 삶을 대하는 태도 등을 함께 담으려고 했는데 이게 통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대학 졸업 직후 삼성전기에 입사했다. 지역 청년들이라면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이다. 하지만 그는 입사 10년째 되던 해에 회사를 그만뒀다. 다만 유튜버가 되기 위해 퇴사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성공한 유튜버가 되고 나서 사직서를 냈다. 이 씨는 “유튜브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난 후,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었을 때 퇴직했다”며 “이 정도면 뭘 해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가 유튜브를 시작한 건 회사가 나를 책임져주지 않고, 월급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에게 유튜브는 부수입 창출을 위한 도구 중 하나였다. 직장인 대상 엑셀 강의, 부동산 투자, 블로그 광고 등 다양한 루트를 뚫어보려 시도했고, 그중 가장 성공한 수단이 유튜브였다.

그는 재테크를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부동산 투자 관련 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읽었다. 무턱대고 이런저런 부동산 투자에 손을 대며 실패한 경험도 적지 않았다. 이 기억들을 떠올리며 부동산 정보나 아파트 소개에 관한 유튜브를 만들기 시작했다. 주말에 짬을 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었고, 퇴근 후 졸린 눈을 비벼가며 영상을 편집했다. 태박이란 이름은 아내가 자신을 부르던 애칭에서 따왔다.

혹자들은 그에게 ‘그럼 근태는 소홀히 하고 부업에 집중하라고 부추기는 거냐’고 따진다. 이 씨는 “직장인 강연 등에서 이 같은 조언을 늘어 놓지만, 실제로 유튜브 등 부수입 창출을 실천하려는 분들은 100명 중 2~3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렇게 도전하는 분들은 백이면 백, 직장 생활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본업과 부업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 부동산, 양극화 심화

본업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유튜브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자에서도 중요하다고 이 씨는 강조했다. 이 씨는 “부를 쌓기 위해서는 ‘급여→절약·저축→종잣돈 마련→투자→수익 회수→우량상품 재투자’의 사이클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특히 사회초년생일수록 본업에 최선을 다하며 일정한 수준의 종잣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알량한 돈을 갖고 투자에 나섰다가는 수익이 계속되기 어렵고 돈을 모으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이 씨는 부동산이라는 분야만큼은 ‘고위험 저수익, 저위험 고수익’이라는 공식이 통한다고 했다. 저렴하지만 위험한 물건은 수익이 날 가능성이 매우 적고, 값이 비싸지만 누구나 부러워하고 안전하다고 입을 모으는 아파트 단지는 높은 확률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씨는 “종잣돈 모으는 속도를 올려서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단지에서, 본인이 살 수 있는 한도의 가장 비싼 물건에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며 “인구가 급감하며 ‘노인과 바다’라는 소리를 듣는 부산도 부동산 시장이 계속 우하향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선호지와 비선호지 사이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부산의 네 군데 부동산 투자 거점을 소개했다. ‘센텀·해운대’ ‘남천·대연’ ‘사직·거제’ ‘연산·양정’이 바로 그곳이다. 네 곳 모두 각기 특성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안정적인 전세 수요가 뒷받침돼 있고 생활 인프라와 재개발·재건축 호재가 따라오기에 집을 산다면 이곳부터 고려해보라는 것이다.

이 씨는 “부산은 2022년부터 이어진 부동산 하락세가 지속되며 여전히 침체한 모습이지만, 남천자이를 비롯한 선호 입지의 고가 아파트는 전고점에 가깝게 회복 중”이라며 “대대적인 지방 부동산 부양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도심 내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 부동산 플랫폼 목표

이 씨는 부산 지역 부동산 크리에이터 가운데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그간 부산 위주로 국한됐던 콘텐츠 범위를 서울 등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함께 일하는 영상 인력도 확충해 콘텐츠의 질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그는 또 부동산 분야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동아대 부동산대학원에 등록해 부동산 석사 과정을 밟고 있기도 하다.

이 씨는 ‘부산 부동산’하면 ‘태박이’부터 떠올리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아파트 소개 영상을 지금처럼 계속 이어 나가는 건 물론이고, 구독자들에게 부동산과 관련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인테리어나 입주 청소, 이사 등의 업무를 원스톱으로 연결하는 사업체를 만들어 지역 사회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다.

이 씨는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어떤 스토리와 메시지를 받았을 때 가장 흥미를 느낄지 늘 고민하면서 콘텐츠를 제작한다”며 “지역 밀착형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를 잘 만들어낸다면 수도권보다 경쟁이 덜한 상황이기에 더욱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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