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에서 불법 현수막이 매달 1000건 넘게 단속되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발생한 강서구 신도시 일대의 아파트 미분양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17일 부산 강서구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동안 불법 현수막 단속 건수는 9251건이다. 불법 현수막 단속은 매달 1850건꼴로 이뤄지고 있다. 구청은 올해 본예산에 1억 4600만 원을 편성해 국제신도시, 명지오션시티 등 광고 수요가 많은 곳에 상업·행정용 현수막 지정 게시대 20개소를 설치했다. 이날 기준 강서구에는 총 55개소의 지정 게시대가 있지만 불법 현수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정 게시대는 게시할 수 있는 위치가 정해진 데다 추첨 등 여러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불법 현수막을 게시하는 업체들은 이러한 제한과 절차를 꺼리고 즉각적인 광고 효과를 보기 위해 불법 현수막을 선택하고 있다.
불법 현수막의 내용은 부동산 분양 광고가 주를 이룬다. 에코델타시티 등 신도시에 조성되는 아파트에 미분양 아파트들의 광고가 대부분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분양한 강서구 강동동 ‘에코델타시티 중흥S-클래스 에듀리버’, ‘에코델타시티 아테라(24BL)’ 모두 청약자 수가 공급 물량에 절반도 되지 않았다.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면서 부동산 업체들이 ‘원가 아파트’를 강조한 분양 광고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데, 이달 3일부터 12일까지 10일 동안 강서구 전역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현수막이 600~700장가량 단속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아파트 시행사나 시공사 등 업체들은 현수막 제작 단계부터 과태료 비용을 지원하는 계약을 맺기도 한다. 또 혹시나 적발돼 과태료를 내는 것이 정상적인 광고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불법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사하구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김 모 씨는 “보통 아파트 시행사나 시공사 등 업체가 현수막 업체에 현수막 제작을 의뢰할 때, 관할 지자체가 과태료를 부과하면 자기들이 부담한다는 계약 조건을 내건다”며 “지자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단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서구청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보행자 시야를 가리고 도시 미관을 훼손하는 문제가 있어서 주기적으로 순찰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현수막 지정 게시대를 추가로 설치해서 불법 현수막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